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을 시 관계자들이 방조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13일 비서실장을 지낸 김주명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장(사진)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날 오전 9시50분께 서울지방경찰청에 출석한 김주명 원장은 3시간여에 걸친 조사를 마쳤다. 박원순 전 시장의 성추행 방조 혐의로 고발된 서울시 전·현직 관계자 중 첫 소환이다.
조사 후 오후 1시30분경 서울경찰청을 나선 김주명 원장은 취재진에게 "경찰 조사에 성실하게 임했다. 제가 알고 경험한 사실을 바탕으로 모든 내용을 소명하고, 제가 갖고 있는 자료도 제출했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로부터) 전보 요청을 받은 사실이 없다. 성추행을 조직적으로 방조하거나 묵인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자신을 고발한)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는 막연한 추측과 떠도는 소문에만 근거해 저를 포함한 비서실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성추행을 방임·방조·묵인한 것처럼 매도했다"면서 "이런 가세연의 무고 행위는 저를 포함한 비서진 전체의 명예와도 관련된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아무런 근거도 없이 정치적 음해를 목적으로 고발한 가세연에 대해서는 민·형사상의 엄정한 법률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추측이나 소문에만 의존해 비서진 전체를 성추행 방조 집단으로 매도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법률적 대응을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주명 원장은 "당시 비서실장으로서 책임질 일이 있다면 무겁게 책임을 지겠다"며 "저를 포함한 비서진 전체는 피해자 중심주의와 2차 가해 금지라는 원칙을 지키면서 법 절차에 따른 진실 규명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조사는 가세연이 지난달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행정1부시장) 등 전·현직 서울시 부시장과 시장 비서실장들을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강제추행 방조 혐의로 고발함에 따라 진행됐다.
경찰은 김주명 원장이 비서실장으로 있으면서 박원순 전 시장 성추행 의혹 사건 피해자의 고충 호소 사실을 알았는지 등을 집중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 측 대리인 등은 지난달 기자회견을 통해 "4년이 넘는 동안 성고충 전보 요청을 20명 가까이 되는 전·현직 비서관들에게 말해왔다"며 "그러나 시장을 정점으로 한 업무체계는 침묵을 유지하게 만드는 위력적 구조였음이 드러났다"고 주장한 바 있다.
CBS 기자 출신인 김주명 원장은 박원순 전 시장 재직 당시인 2016년 7월 미디어특별보좌관으로 서울시에 합류했으며 2017년 3월부터 2018년 5월까지 비서실장을 지냈다. 지난해 7월부터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장을 맡고 있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