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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롯데지주 대표이사)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후임으로 이동우 롯데하이마트 사장(60·사진)이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전격 선임됐다.
이로써 롯데지주는 신동빈 회장, 송용덕 부회장, 이동우 전 롯데하이마트 대표로 이어지는 수직 3인 대표이사 새판 체제로 전환했다. 특히 새로 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에 선임된 이동우 사장에 대한 업계 안팎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황 부회장은 사원으로 입사해 지주사 부회장까지 오른 '40년 롯데맨'이자 샐러리맨의 신화로 통한다. 또 '신동빈의 오른팔', '신동빈의 남자'로 불리며 '글로벌 롯데'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 황 부회장의 퇴진에 대해 재계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사상 초유의 실적 부진을 맞게 된 문책성 인사의 성격으로 풀이하고 있다.
황 부회장의 퇴진과 함께 롯데지주는 신동빈 회장, 송용덕 부회장, 이동우 전 롯데하이마트 대표이사 사장 등 3인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하게 됐다. 그간 신 부회장 아래 황 부회장과 송 부회장 '투톱 체제'였다면, 앞으로 3인 공동 대표 체제는 유지하되 '신 회장·송 부회장·이 대표'로 직급 수직화 체제를 이룬다는 것이다.
특히 롯데지주 공동 대표이사에 새롭게 오른 이동우 대표의 어깨가 무거울 것이란 전망이다. 이 대표가 오랜 기간 롯데하이마트 성장세를 이끌어 온 만큼, 향후 롯데그룹 전면에서 체질 개선 작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되서다.
롯데하이마트의 실적은 2014년까지만 해도 수익 증대에 어려움을 겪으며 부진했지만 이 대표 취임 후 꾸준히 실적이 개선됐다. 2017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매출 4조원을 돌파했으며, 이 대표는 GWP코리아 선정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CEO상'을 받으며 승승장구 했다.
그러나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기 마련. 이 대표가 직원에게 폭언을 일삼고 갑질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지난 2012년 이 대표는 흰 머리를 염색하지 않고, 컬러링을 롯데 로고송으로 바꾸지 않았다는 이유로 조리사인 직원에게 폭언하고 대기발령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존경받는 CEO의 민낯이 드러났다'며 여론의 뭇매를 맞은 이 대표는 갑질 책임을 느낀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나 그룹 최고위층은 사표를 반려했다. 이사회 역시 이 대표의 해임안을 만장일치로 부결하며 이 대표는 다시 기사회생했다.
현재 롯데하이마트는 이 대표의 진두지휘 아래 점포를 통폐합하고,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2014년부터 온라인 사업을 시작한 롯데하이마트는 매년 성장세를 지속하며 성과도 내고 있다.
이 대표는 언택트(비대면) 확산과 함께 온라인 매출을 더 끌어올려 올해 8000억원, 내년 1조원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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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제품 체험 매장'이라는 이 대표의 실험도 주목된다. 롯데하이마트는 올해 초 프리미엄 전자제품을 경험할 수 있는 매장인 '메가스토어' 잠실점을 오픈했다. 휴식공간은 물론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해 고객이 즐기면서 머물수 있는 매장을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롯데하이마트가 지향하는 '홈 앤 라이프스타일 리테일러(Home & Lifestyle Retailer)'의 모습을 담고자 노력했다"며 "고객에게 즐거운 체험과 함께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할 수 있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야심차게 내놓은 메가스토어는 그룹에서도 주의깊게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올해 첫 출근날 황각규 부회장, 강희태 유통BU 부회장, 송용덕 롯데지주 대표 등과 함께 메가스토어를 찾아 20여분간 상세히 둘러본 바 있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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