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위험 요인도 만만치 않다. 기업 실적과 주가 간 괴리가 커진 게 가장 큰 부담이다.
코스피지수는 13일 0.21% 오른 2437.53에 장을 마쳤다. 9일 연속 오름세다. 사상 최고치인 2598.19(2018년 1월 29일)까지 160.66포인트만을 남겨뒀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4일 2279.97을 기록해 연중 고점(1월 22일 2267.25)을 돌파했다. 3월 19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폭락한 뒤 이렇다 할 조정도 없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때와 비슷한 점도 많다. 2018년 당시와 지금의 공통점은 코스피지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려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주요 업종이 골고루 상승하고 있는 것도 비슷하다.
차이점도 있다. 전문가들은 세 가지 면에서 당시보다 지금 상황이 더 좋다고 강조한다. 낮은 인플레이션 압력, 천장을 치고 떨어지는 환율, 지속되는 개인 매수세 등이다.
2018년 1월에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면서 정부와 중앙은행이 서둘러 유동성 회수에 나섰다. 한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7년 1.9%로 5년 만에 가장 높았고, 이듬해에도 1.5%를 기록했다. 이 영향으로 한국은행은 2017년 11월 6년여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했고 2018년 11월에도 추가로 올렸다. 반면 최근에는 저물가로 이 같은 우려가 높지 않다.
한 증권사의 서울 강남지점 프라이빗뱅킹(PB) 관계자는 “고액 자산가들은 최소한 내년까지는 이 같은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고점 당시 국내 증시 상승을 이끈 건 외국인과 기관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개인이 장을 주도하고 있는 점도 부담을 줄이는 요인이다. 2018년 글로벌 증시는 금리 상승으로 인한 쏟아지는 투매에 더 이상 오르기 어려웠다. 그해 2월 5일(현지시간)에는 오후 3시께 뉴욕 증시에서 매물이 쏟아지면서 700포인트 넘게 미끄러지던 다우존스지수가 900포인트 이상 추가 폭락했다. 개인이 주도하는 장세에서는 이 같은 위험이 크지 않다.
2018년 미국, 중국 등 해외 주요국의 증시가 먼저 상승해 밸류에이션 매력이 큰 한국 기업에 대한 투자 가치가 부각됐다. 그러나 올해는 한국 증시가 가장 많이 올랐다는 점도 추가 상승에 부담을 주는 요인이다. 계속된 경기 부양책으로 정부의 재정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진 것도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