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를 받기 힘들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장외 주식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예상 공모가를 몇 배 웃도는 종목에 베팅하는 투자자가 흔해졌다. 상장을 추진 중인 일부 회사의 주가는 연초 대비 2000% 넘게 오르기도 했다. 공모주 열풍이 장외시장 과열로 이어지고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개인들이 가장 먼저 찾는 곳은 K-OTC 장외주식시장이다. K-OTC는 증권사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에 연동돼 있다. 간단한 절차만 거치면 일반 주식처럼 매매할 수 있다.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가격이 급등하는 종목이 속출하고 있다.
코로나19 진단키트를 개발한 오상헬스케어는 연초 4000원대이던 주식이 10만원까지 치솟았다. 상승률이 2065%에 달한다. 상장하면 20만~30만원은 갈 것이라는 기대에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다. 아하정보통신은 1415원이었던 주가가 1만5850원(13일 기준)까지 급등했다.
거래량도 눈에 띄게 늘었다. K-OTC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7월 1일 26억4064만원이었다. 8월 12일에는 97억6759만원을 기록했다. 7월 2일 SK바이오팜이 상장한 뒤 가파르게 증가했다.
개미들이 기대를 거는 이유는 최근 새내기주들의 성적이 대부분 좋았기 때문이다. 10일 상장한 한국파마는 상장 첫날 84%의 수익률(공모가 대비)을 안겨줬다. 6일 상장한 의료기기업체 이루다도 공모가 대비 70% 정도 오른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7월 13일 상장한 소마젠은 최고 수익률이 86%를 기록했고 현재 주가도 공모가 대비 50%가량 높다.
일부 공모주의 높은 수익률은 유례없는 청약 경쟁률로 이어지고 있다. 코스닥시장 상장을 추진 중인 셀레믹스의 일반인 공모 청약 경쟁률은 1176 대 1을 기록했다. 미투젠 경쟁률도 1011 대 1이었다.
전문가들은 비상장 주식을 사기 전에 밸류에이션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밸류에이션을 높여 상장하는 회사도 많기 때문이다. 만약 상장 때 기업 가치가 고평가됐다면 상장 당일부터 주가가 급락할 수 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방법도 있다. 공모주 물량의 30%를 배정받을 수 있는 코스닥벤처펀드도 공모주를 원하는 투자자들이 갈 수 있는 선택지로 꼽힌다.
■ 따상
신규 상장 종목이 첫 거래일에 공모가 대비 두 배로 시초가가 형성된 뒤 가격제한폭까지 올라 마감하는 것을 뜻하는 시장 속어다. 이 경우 주가는 하루에 공모가 대비 160% 오른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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