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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안 발표에 앞서 열린 긴급이사회에 신 회장은 참석조차 하지 않았다. 계열사 실적 악화에 대한 질책도, 그룹 미래에 관한 대외용 비전 제시도 없었다.
이사회엔 황 부회장을 비롯해 송용덕 롯데지주 부회장, 윤종민 경영전략실장(사장) 등 사내이사 3명과 이윤호 전 지식경제부 장관 등 사외이사 5명이 참석했다. 1시간가량 안건을 처리한 뒤엔 인근 식당에서 저녁을 함께했다. 롯데인재개발원 원장으로 발령 난 윤 사장을 송별하는 자리를 겸한 터라 사외이사들의 덕담 외에 그룹 현안에 대해서는 모두 말을 삼간 것으로 알려졌다.
황 부회장(지주 대표 겸 이사회 의장)은 지난 6일 롯데쇼핑 실적이 발표되고 난 직후부터 용퇴를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황 부회장의 용퇴 사실은 13일 오전까지 롯데지주 경영전략실에조차 통보가 안 됐을 정도로 극비에 부쳐졌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코로나19라는 돌발 변수가 있긴 했어도 이렇게까지 최악의 실적을 내리라고는 예상치 못했고, 이 점에 대해 황 부회장이 책임지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고 말했다.
호남석유화학 출신이라는 황 부회장의 개인 이력이 그의 결심에 결정적이었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그룹의 주축인 롯데쇼핑을 위기에서 구하려면 유통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신 회장과 공감대를 이뤘을 것이란 얘기다. 황 부회장 자리를 대신할 이동우 신임 롯데지주 사장은 롯데백화점으로 입사해 백화점 영업과 상품기획, 경영지원 등 유통 현장을 두루 거쳤다. 2015년부터 롯데하이마트를 이끌며 최고경영자(CEO)로서의 실력도 입증했다.
재계에선 이번 신 회장의 ‘깜짝 인사’를 롯데그룹 부활의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룹의 수뇌라고 할 수 있는 경영전략실 문패를 경영혁신실로 바꾸고 실장 등 임원 4명을 계열사로 내려보냈다. 그룹 전반에 경종을 울림으로써 더 이상 추락할 수 없다는 의지를 보여줬다는 얘기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회장이 여러 말을 생략하고 인사로 모든 걸 말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전 계열사 임직원이 그 어느 때보다 이번 인사의 의미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주를 비롯해 각 계열사 임직원들 사이에선 연말 인사에서 좀 더 파격적인 인사가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롯데의 미래 전략을 짜는 분들이 연말이면 디지털 전환 등 신사업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며 조언을 구하러 오곤 하는데 ‘그럼에도 오프라인이 핵심’이라는 식으로 대부분 답을 정해놓는 식이었다”고 꼬집었다.
롯데지주의 경영혁신실은 그룹 전반의 디지털 전환을 달성하기 위해 각 계열사 간 장벽을 해소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박동휘/노유정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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