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표적 게임 IP(지식재산권)인 ‘리니지’로 유명한 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라는 사명(社名)의 뜻은 하나가 아니다. 창업자인 김택진 대표(사진)가 회사가 나아갈 방향을 담아 사명의 의미를 확장하고 있어서다. 그동안 덧붙인 의미들의 공통점은 ‘도전’이다.
김 대표는 1997년 ‘Next Company(미래 또는 다음의 회사)’라는 뜻을 담아 엔씨소프트(NCSOFT )를 창업했다. 창업 직전 김 대표는 대기업에 다니는 회사원이었다. 현대전자에 근무하면서 국내 최초의 인터넷 온라인서비스 ‘아미넷’ 개발을 주도했다. 김 대표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창업을 준비했고, ‘다음에 다닐 회사’라는 뜻으로 창업할 회사 이름을 엔씨소프트로 지었다. 당시 직장 동료 10여 명과 현대전자를 나와 ‘우리가 함께할 미래의 회사’를 세웠다.
엔씨소프트는 처음으로 출시한 PC 게임 ‘리니지’부터 대박을 터뜨렸다. 창업 이듬해 나온 이 게임은 유통을 시작한 지 15개월 만에 국내 처음으로 이용자 100만 명을 넘겼다. 김 대표에게 후속작 개발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사명의 뜻을 재해석해 직원들에게 제시했다. 후속 게임의 개발 방향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김 대표는 ‘Next Cinema(영화 이후)’를 강조했다. ‘영화를 뛰어넘는 게임’, ‘영화 다음의 엔터테인먼트’를 만들자는 의미를 담아 회사 비전을 보여줬다. 리니지 이후의 게임들은 새로운 사명의 뜻을 제대로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3년 나온 ‘리니지2’는 국내 최초의 3차원(3D)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다. 이후 엔씨소프트는 게임 캐릭터의 움직임을 사실감 있게 표현하기 위해 국내 게임 개발사 처음으로 모션캡처 스튜디오, 3D 스캔 스튜디오를 구축했다. 게임 전문 음향 스튜디오도 국내 처음으로 만들었다. 김 대표가 지금도 가장 강조하는 사명의 의미는 ‘Next Cinema’다.
김 대표는 2009년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인 지스타에서 사명에 또 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회사가 커졌고, 게임산업도 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Never-ending Challenge(끝없는 도전), 즉 엔씨소프트는 계속 발전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당시 엔씨소프트는 500억원 이상을 투입한 대작 게임 ‘블레이드앤소울’을 준비하고 있었다. 동양적 정서를 담아 화려한 그래픽과 호쾌한 액션 장면을 선보였다. 이전에 국내에서 보기 힘들었던 게임 콘텐츠였다.
엔씨소프트의 ‘끝없는 도전’은 2011년 야구단 창단으로 이어졌다. 국내 인터넷기업 처음으로 프로야구단 ‘NC다이노스’를 창단했다. 김 대표는 이때도 ‘Next Cinema’를 강조했다. 2011년 기자 간담회에서 “엔씨소프트의 엔씨(NC)가 ‘넥스트 시네마(Next Cinema)’를 의미하듯이 야구 경기도 리니지처럼 드라마틱하게 만들어 다음 세대도 신나게 즐겼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NC다이노스의 NC에는 2010년 창원·마산·진해의 행정구역 통합으로 탄생한 ‘통합 창원시(New Changwon)’의 지역 화합에 앞장서겠다는 비전도 담겨 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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