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건물에 '몰카'를 설치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개그맨 박 모씨가여자 화장실에 몰래 숨어 직접 촬영까지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4일 서울남부지법 형사13단독(류희현 판사) 심리로 박 씨의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성적 목적 다중이용 장소 침입 등 혐의 관련 1차 공판이 진행됐다.
검찰은 박 씨에 대해 2018년부터 KBS 연구동 여자 화장실에서 칸막이 위로 손을 들어 올려 피해자가 용변을 보는 모습을 촬영하는 등 지난 4월까지 총 32회에 걸쳐 촬영하거나 촬영을 시도한 것으로 봤다.
뿐만 아니라 5월 27일부터 29일까지 총 15회에 걸쳐 화장실에서 의상을 갈아입는 여성을 몰래 촬영하거나 미수에 그친 혐의도 받았다. 이와 더불어 촬영한 영상물 중 일부를 직접 소지하고 있기도 했다.
박 씨는 '몰카' 촬영을 위한 카메라를 설치하려 KBS 연구동 화장실과 탈의 시설 등에 몰래 침입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박 씨의 '몰카' 촬영이 일회성이 아니었고, 촬영을 위해 몰래 화장실에 숨어있었다는 사실까지 재판 과정에서 공개된 것.
이에 박 씨는 모든 혐의를 인정했다. 박 씨 측 법률대리인은 "합의를 위해 노력 중"이라며 합의 진행을 위해 9월 11일 추가 기일을 요청했다.
KBS 연구동 '몰카' 사건은 KBS 소속 PD가 "연구동 여자화장실에 몰카가 설치돼 있다"고 신고하면서 알려지게 됐다.
몰카가 설치된 연구동 건물은 '개그콘서트'에 출연하는 KBS 개그맨들이 연습실과 회의실 사용하는 공간을 비롯해 각종 방송 관련 연구기관, 언론노조 사무실 등이 있다.
박 씨는 2018년에 선발된 KBS 공채 개그맨이었다. KBS가 2019년엔 새로 공채 개그맨을 선발하지 않아 32기는 실질적인 막내였다.
KBS 공채 개그맨은 유명 방송인들을 대거 배출하며 예능인들 사이에서도 'KBS 공채 출신'이라는 자긍심을 갖고 있다. 다른 방송사 공채 개그맨으로 합격한 후에도 KBS 개그맨 시험에 다시 도전하는 경우도 종종 있을 정도.
KBS 공채 개그맨이 되면 1년 동안 KBS와 전속 출연 계약을 맺는다. 신인 개그맨들은 KBS 2TV '개그콘서트' 등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리고, 1년 기간이 만료된 후 다른 엔터테인먼트사와 전속계약을 맺거나, 홀로 활동하는 형태다.
A 씨도 2018년 KBS 공채 개그맨으로 선발된 후 '개그콘서트'에 출연해 왔다. 올해 5월엔 어버이날 특집으로 박 씨의 아버지가 방송에 등장하기도 했다.
특히 A 씨의 '몰카'가 발각됐던 시기는 종영을 앞둔 '개그콘서트' 마지막 연습을 위해 모인 자리였다는 점에서 안타까움과 충격을 더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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