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웅 광복회장(사진)의 광복절 경축식 기념사가 여야 설전을 촉발시켰다.
김원웅 회장은 지난 15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제75회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해 "이승만 전 대통령이 친일파와 결탁하면서 우리 사회가 친일 청산을 완수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한민국은 민족 반역자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유일한 나라가 됐고, 청산하지 못한 역사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면서 음악인 안익태가 작곡한 노래가 여전히 애국가로 쓰이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기도 했다.
민족 반역자가 작곡한 노래를 국가로 정한 나라는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 한 나라 뿐이라는 주장이다.
또 "현충원 명당에 독립군 토벌에 앞장선 자가 묻혀 있다"면서 반민족 인사의 묘 이장을 주장하며 국립묘지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김원웅 회장의 이 같은 기념사에 여야는 극명한 입장차이를 보였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이날 제주에서 열린 광복절 경축식에서 미리 준비한 경축사까지 생략하고 즉석 연설을 통해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원희룡 지사는 "비록 모두가 독립운동에 나서진 못했지만 식민지 백성으로 살았다는 것이 죄는 아니다. 앞잡이들은 단죄를 받아야겠지만 인간은 한계가 있고, 특히 역사 앞에서 나라를 잃은 주권 없는 백성은 한 없이 연약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또 "(광복절) 75주년을 맞은 역사의 한 시기에 이편 저편을 나눠 하나만이 옳고 나머지는 모두 단죄 받아야 되는 그런 시각으로 역사를 조각내고 국민을 다시 편가르기 하는 그런 시각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기현 미래통합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깜냥도 안 되는 광복회장의 망나니짓"이라며 "김원웅 회장 이런 사람부터 먼저 정부여당에서 내쫓자고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같은당 박수영 의원은 "경축식에 참석하러 갔다가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김원웅 광복회장의 경축사를 차마 끝까지 들을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고, 허은아 의원은 "반일 친북, 반미 친문의 김원웅 회장은 파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에 출마한 박주민 후보는 이날 김원웅 광복회장을 직접 만나 "친일 청산은 여야의 정파적 문제도 아니고, 보수, 진보 이념의 문제도 아니라 국민의 명령이라는 김원웅 회장의 광복절 축사 말씀을 깊이 새기고 있다"고 말했다.
유기홍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독립유공자의 후손인 김 회장이 광복절 기념행사에서 친일 청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한 것이 잘못인가"라며 "통합당은 친일파들의 대변자냐. 당연한 말에 대한 통합당의 반응이 오히려 놀랍다"고 했다.
같은당 황의 의원도 "통합당에게 한 말도 아닌데 통합당은 친일 청산하자고 하면 왜 이렇게 불편함을 당당하게 드러내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친일 청산 주장까지도 어렵다면, 오늘 하루는 그냥 입다물고 조용히 있는 것이 광복절 예의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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