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국가의 국력은 한 나라가 보유한 군함의 수가 아니라 세계에 내세울만 한 기업이 몇 개 있느냐로 가늠해야 한다.”
현대국가와 기업의 관계를 말할때 많이 인용되는 문장이다. 국력을 판단하는 지표는 국내총생산(GDP), 군사력, 시민의식, 인적자원 등 다양한 기준이 있지만 글로벌 기업의 숫자가 중요한 시대란 얘기다. 세계 100대 경제주체 절반이상이 기업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세계적 기업들은 어떤 위치에 있을까. 기업의 시가총액과 주요국의 GDP를 비교해봤다.
애플이 국가였다면, 이 ‘사과왕국’은 브라질(1조8400억달러·2019년 명목 GDP 기준)을 넘어 세계 8위 국가가 되는 수준이다. 브라질보다 GDP가 적은 나라 명단을 보면 그 위상을 알수 있다. 캐나다(1조7364억달러), 러시아(1조7000억달러), 한국(1조6424억달러), 스페인(1조3941억달러) 등이 그 뒤를 잇는다. 2조달러를 돌파하면 G7 국가의 하나인 이탈리아(2조12억달러)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2000년 애플의 시가총액은 156억달러였다. 발칸반도의 알바니아(153억달러) 수준에 불과했다. 2018년 8월 시총 1조 달러를 돌파하며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ASEAN)최대 경제대국인 인도네시아(1조1200억달러)만큼 커지더니 작년말에는 1조5600억달러로 한국(1조6424억달러) 수준까지 올라왔다. 코로나19를 거치며 연초대비 주가가 56.52% 오른 애플은 약 8개월만에 시총이 5000억달러 가량 늘었다.
‘꿈의 주식’이라 불리는 테슬라는 중남미 중견 국가들 수준으로 올라왔다. 올초 시가총액은 1026억달러로 푸에르토리코(1049억달러) 와 비슷했지만 현재 시가총액은 콜롬비아나 이집트의 GDP와 맞먹는 3076억달러다.
각 기업들의 시가총액을 국가별 GDP로 보고 순위를 매겨보면 상위 20개국에 든다. 마이크로소프트(1조5842억)와 아마존(약 1조5768억달러)은 한국(1조6423억달러)에 살짝 못미치는 13위, 알파벳(1조244억달러)은 네덜란드(9091억달러)를 앞지른 17위, 페이스북(7442억달러)은 스위스(7030억달러)보다 큰 20위다. GDP기준으로 G20 회원 명단을 작성하면 참가국의 20%가 IT기업이다.
미국뿐 아니라 주요국 1위 기업들의 시가총액은 웬만한 국가 GDP 수준이다. 시가총액 기준 글로벌 반도체 1위 기업인 대만의 TSMC는 시총 3764억달러로 싱가포르(3720억달러)를 앞선다. 일본 1위 도요타(2196억달러)와 프랑스 1위 기업 LVMH(2298억달러)는 그리스(2098억달러)를 제친지 오래다. 중국 시총 1위기업 귀주모태주(3008억달러)도 칠레(2823억달러)를 앞질렀고 영국 1위기업 아스트라제네카(1441억달러)는 우크라이나(1538억달러)와, 독일 1위기업 SAP(1969억달러)는 뉴질랜드(2069억달러)와 규모가 비슷하다. 국내 시총 1위 삼성전자(3262억달러)는 덴마크(3480억달러) GDP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순위로 따지면 세계 38위 정도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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