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화 아산나눔재단 이사장 "韓경제, 3만불은 착시…도전적 中企 키워야"

입력 2020-08-16 18:05   수정 2020-08-17 00:53

“우리 경제가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라고들 하지만, 저는 착시현상이라고 봅니다. 내수가 튼튼한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한국 경제는 2만달러 수준으로 봐야 합니다.”

한정화 아산나눔재단 이사장(66·사진)은 최근 인간개발연구원이 주최한 기업인 대상 조찬 강연에서 “높은 무역의존도와 영세한 소상공인 문제, 저출산 고령화 문제까지 겹쳤다”며 한국 경제를 이같이 진단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3년 동안 중소기업청장을 지낸 그는 한양대 경영대학장과 한국중소기업학회장 등을 역임한 중소기업 전문가다.

한 이사장은 이날 강연에서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사실상 2만달러에 불과한 핵심 이유로 ‘빈약한 내수시장’을 꼽았다. 그는 “경제가 발전할수록 생계형 창업이 줄어들고 도전을 핵심으로 하는 ‘기회형 창업’이 늘어나는데, 한국 경제는 1990년대 벤처 붐이 꺼지면서 기회형 창업은 침체된 반면 자영업자 비중이 25%에 달할 정도로 생계형 일자리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영업 비중 25%는 멕시코와 같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도전적인 중소기업이 등장하지 않기 때문에 양질의 일자리가 생기지 않고, 자연스럽게 내수시장이 침체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한 이사장은 침체된 내수를 살리기 위한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등 정책을 “시장을 경시한 이념 편향적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서 자영업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 내수 활성화 방법인데, 정부는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려 영세한 자영업자가 더 영세해지게 했다”고 지적했다.

한 이사장은 2008년 미국에서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당시 금융위기는 신용이 없는 무주택자에게도 집을 마련할 기회를 주는 ‘좋고 인기 많은’ 정책을 지속하다가 발생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한 이사장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을 분석한 한 연구에서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고 지적한다”며 “선한 의지로 내놓은 정책이 선한 결과를 낳는다는 착각에서 (정부가)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이사장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수를 육성하기 위해선 기업가 정신 회복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가 정신이 사회 발전의 핵심 자원임을 무시한 국가들이 퇴보한 것은 역사적 사실”이라며 “점점 꺼져가는 한국의 기업가 정신을 되살리기 위해선 기업인이 실패해도 쉽게 재기할 수 있도록 ‘실패비용’을 줄이는 방향의 제도 개선이 급선무”라고 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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