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동 현대아파트…경비원 정리해고는 정당"

입력 2020-08-16 17:58   수정 2020-08-17 00:56

서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주민들이 최저임금 인상 등을 이유로 100여 명의 경비원을 해고한 것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앞서 1심에선 ‘부당해고’로 판단했지만 1년여 만에 2심에서 판결이 뒤집혔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부장판사 서태환)는 압구정 현대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가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를 상대로 “부당해고 판정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 항소심에서 1심을 깨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는 100여 명의 경비원을 직접고용하다 2018년 2월 해고 통보했다. 경비원 채용 방식을 직접고용이 아니라 위탁관리로 바꾼다는 이유에서다. 입주자 대표회의 측은 “공동주택관리법이 ‘업무 외 부당한 지시·명령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개정되면서 주차대행 등을 시킬 수 없게 됐고, 최저임금 인상으로 비용 부담도 커졌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해고에 동의한 경비원은 용역 업체가 고용해 계속 근무를 이어갔으나 경비반장 A씨가 노동위에 구제를 신청했고, 중노위가 이를 부당해고로 판단했다. 이에 불복한 입주자 대표회의 측은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9월 1심에서는 경비원의 대량해고는 ‘부당해고’라며 경비원들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재판부는 근로기준법상 정리해고가 인정되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중노위 판단을 인정했다.

하지만 2심은 1심을 뒤집어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는 미래에 올 수 있는 위기에 미리 대처하는 경우도 포함된다”며 “이번 해고는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에 따른 경비업무 운영의 어려움, 최저임금 인상과 퇴직금 부담 증가 등 비용상 문제에 따른 것으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입주자 회의가 용역 형식으로 관리 방식을 전환하면서 기존에 일하던 경비원의 고용을 보장하는 등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충분히 했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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