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문화'가 일본 코로나 집단감염 불렀다

입력 2020-08-17 07:51   수정 2020-08-17 08:10


술집과 가라오케 등 유흥업소를 2차, 3차 옮겨다니는 일본의 유흥문화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집단감염을 유발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일본 후생노동성 산하 국립감염증연구소의 집단감염대책반이 17일 발표한 집단감염 사례집에 따르면 이달 11일까지 일본 전국에서 확인된 집단 감염은 847건. 음식점이 190건으로 가장 많았고, 의료기관(165건)과 복지시설(129건) 등이 뒤를 이었다.


이 가운데 고령자의 집단감염이 빈번하게 발생한 곳이 낮시간 대 가라오케였다. 고령자들이 낮 시간을 보내기 위해 찾는 가라오케 5곳에서 최소 12명의 감염이 확인됐다.

감염이 확인된 이용객 7명 가운데 4명이 같은 날 2곳 이상의 가라오케를 이용했다. 낮 시간대인데도 3곳의 가라오케를 전전한 이용객도 있었다. 발열 등의 증상이 있는데도 가라오케를 이용한 확진자가 이 가게에서 저 가게로 코로나19를 확산시킨 사례도 확인됐다.

가라오케는 노래를 부르는 업태 특성상 손님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장시간 체제하기 때문에 코로나19에 특히 취약한 업소로 지적됐다. 집단감염대책반의 조사결과 이용객들이 가라오케에서 머무는 시간은 평균 3시간. 시간을 연장해 3시간 넘게 이용하는 손님들도 있어 가라오케 주인과 종업원이 감염되는 경우도 많았다.

호스트클럽 등 유흥업소에서는 증상이 있는데도 근무를 계속한 여종업원이 유흥업소를 경영하는 손님에게 코로나19를 옮기고 이 손님이 다시 자신의 유흥업소 종업원 2명에게 감염시킨 사례가 확인됐다. 유흥업소 여성 종업원이 손님 자격으로 찾은 호스트클럽에서 또다른 2명에게 코로나19를 옮긴 사례도 있었다.

스즈키 모토이 감염증역학 센터장은 "유흥업소는 가게가 좁고 손님과 종업원이 여러 가게를 전전하는 경우가 많아 대규모 집단감염으로 발전하기 쉽다"고 말했다. 유흥업소는 고객 명단이 없어 밀접접촉자를 추적하기 어려운 점도 집단감염이 발생하면 대처가 어려운 이유로 꼽힌다.

사례집에서는 증상이 발생하기 하루 전날 근무지의 회의에 참가한 회사원이 최종적으로 9명을 감염시키고, 헬스클럽 탈의실을 통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 등도 소개됐다. 집단감염대책반은 집단감염이 발생한 장소는 모두 밀폐된 공간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만큼 환기를 철저히 하고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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