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교육부는 차세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이하 나이스)’ 구축 사업에 대기업 참여를 허용해 달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요청했다. 나이스는 학생의 성적 처리와 출·결석, 학사일정 등을 맡은 교육부의 핵심 정보기술(IT) 시스템이다. 대기업은 나이스 같은 정부의 소프트웨어 사업 참여에 제한을 받고 있다. 다만 국가안보 사업, 신기술 도입 등 일부 예외 사업은 별도의 심사를 받아 수주할 수 있다. 교육부가 나이스 구축 사업에 대기업 참여를 허용해 달라며 과기부에 관련 신청서를 낸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8년 동안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에 대기업 참여를 제한하면서 각종 부작용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선 공무원들의 불만은 커졌고, 국내 중견 기업들의 수익성은 오히려 떨어졌다. 전자정부 시스템 수출도 급감했다.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대규모 공공 사업에서 서비스 품질이 떨어지는 사례가 잇따라 나오면서 국민의 불편만 늘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 등 업무 현장에서는 기술력을 갖춘 대기업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는 이유다. 지난 5월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에서 발생한 접속 오류도 비슷한 사례다. 온라인 수업에 한 번에 수십만 명의 학생이 몰렸고, 이를 견디지 못한 온라인 공공교육 사이트에 장애가 발생했다. 주로 고등학생의 원격 수업을 담당했던 EBS는 대기업 계열의 IT 서비스업체인 LG CNS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접속 오류 문제를 해결했다.
국립대에서 사무국장을 지낸 한 교육부 공무원은 “수백만 명이 사용하는 원격수업과 같은 시스템이라면 믿고 맡길 만한 업체에 의뢰하도록 관련 법령을 개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기획재정부도 비슷한 이유로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디브레인) 차세대 사업에 대기업을 참여시켰다.
반면 수익성은 악화했다. 전체 중견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2011년 8.35%에서 2017년 3.41%로 떨어졌다. 공공 매출 비중이 20%가 넘는 아이티센, 대신정보통신 등 중견 기업의 경우에는 더욱 심각했다. 2011년 1.02%에서 2017년 0.41%로 하락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는 "중견기업들이 공공시장에서 저가입찰 등 경쟁이 심화하면서 수익성이 더 나빠졌다"라고 분석했다.
한국 기업의 전자 정부 시스템 수출 실적도 급격히 떨어졌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국내 업체의 관련 수출 규모는 2015년 5억3404만달러에서 2018년 2억5831만달러로 '반토막'이 났다. 채효근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 부회장은 "한국 기업들이 수익성이 떨어지는 국내 공공 사업에 참여했던 주요 이유 중 하나가 해외 공공 사업 참여에 필수인 관련 실적 확보였다"며 "보통 과거 2~3년 동안의 관련 사례가 필요하기 때문에 대기업 참여 제한 2년 후부터 수출 실적이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한때 전체에서 절반 정도의 수출을 책임졌던 대기업의 비중이 2018년에는 0.4%로 급감했다.
임동원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국내 IT 생태계의 활성화를 위해 대기업의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 참여 제한을 없애는 대신 대기업은 중견·중소 기업과 반드시 컨소시엄을 꾸려 관련 사업에 참여하도록 하는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주완/배태웅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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