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1등은 없다…AMD '2등의 반란'

입력 2020-08-17 15:23   수정 2020-08-17 15:25

요즘 온라인 교육과 재택근무의 확산으로 데스크톱 PC를 구매한 이가 많을 것이다. 2분기에 반도체 경기가 생각보다 선방한 이유 중 하나다. 비대면 문화 확산으로 서버 D램의 구매가 급증한 것도 있지만 2분기 국내 PC 출하량은 46%나 증가했다고 한다. 죽었던 PC 시장이 되살아난 것이다. 여기서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컴퓨터에서 가장 중요하고 비싼 품목인 중앙처리장치(CPU)의 절대 강자이던 인텔의 독점 구조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만년 2위였고 2015년 주가 수준이 인텔의 40분의 1도 안 되던 AMD가 인텔 점유율을 앞서기 시작했다.

4년 전 40배 이상 벌어졌던 AMD와 인텔의 주가가 이제는 절반 수준으로 좁혀졌다. AMD 주가는 2015년 7월 1.6달러로 떨어졌다가 이달 최고점인 87달러까지 올랐다. 5년간 무려 50배 오른 것이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AMD는 CPU 설계능력은 인텔에 그다지 뒤지지 않았다. 인텔처럼 설계를 비롯해 생산까지 하는 종합적인 능력을 갖추지는 못했다. 그래서 불량률이 상당했고 마지못해 쓰는 브랜드라는 이미지였다. 그런데 비메모리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는 세계 1위 파운드리업체 TSMC에 자사가 부족한 생산을 온전히 맡기면서 판도가 달라졌다. AMD는 잘할 수 있는 설계에만 집중했다. AMD가 이렇게 설계에 집중하면서 요즘은 AMD CPU가 인텔 CPU를 벤치마크 테스트에서 앞서고 있다. AMD가 설계에 집중하고 TSMC를 통해 7나노 고성능 CPU를 내놓는 동안, 인텔은 자체 생산을 고집하며 아직도 12~14나노 수준에 머물러 있다.

국내에도 이런 일이 벌어지지 말라는 법은 없다. D램 만년 2위 SK하이닉스가 차세대 반도체 혁신공정을 통해 삼성전자를 넘어서는 일이 벌어지고, LG전자가 차세대 스마트폰에서는 삼성 갤럭시를 앞서는 그런 상상이 현실이 되길 바란다. 그래야 우리 주가지수가 3000선을 넘어 5000선 고지도 밟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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