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의 승자 중 하나로 꼽힌다. 코로나19가 한창이었던 지난 2분기에 올린 영업이익이 8조1463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 이상 영업이익이 증가했다. 탄탄한 서버용 반도체 수요의 덕을 본 측면이 크다. 여기에 삼성 특유의 위기관리 매뉴얼이 더해지면서 코로나19의 파고를 비교적 순조롭게 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에 이뤄진 시설 투자가 17조1000억원, 연구개발(R&D) 투자가 10조5800억원에 이른다”며 “시스템 반도체 등 미래 전략 사업에 대한 투자를 공격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거점 사업장 곳곳에서 삼성전자의 이 같은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경기 평택 사업장 2라인에선 지난 5월부터 낸드플래시 생산을 위한 클린룸 공사가 한창이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의 대중화로 낸드플래시 수요가 늘어날 것에 대비한 증설이다. 새 생산라인에서 낸드플래시를 양산하는 시점은 내년 하반기부터다.
EUV(극자외선) 공정을 활용한 파운드리 라인도 평택에 들어선다. 삼성전자는 5월 평택 파운드리 라인 공사에 들어갔다. 삼성전자는 2019년 경기 화성 S3 라인에서 업계 최초로 EUV 기반 7㎚(나노미터, 1㎚=10억분의 1m) 제품 양산을 시작한 이후 초미세 공정을 적용한 라인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정은승 삼성전자 DS부문 파운드리사업부 사장은 “새로 들어서는 라인을 중심으로 5㎚ 이하 공정 제품의 생산 규모를 확대할 예정”이라며 “EUV 기반 초미세 시장 수요 증가에 적극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도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2025년까지 기존 LCD 생산라인을 8.5세대 ‘QD’ 라인으로 전환하는 작업이 착착 진행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QD 생산라인 구축과 R&D에 13조1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작년 6월 비스포크 냉장고 도입 후 국내 냉장고 시장 매출을 30%가량 끌어올렸다. 국내 냉장고 시장이 포화 상태란 편견을 무너뜨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로나19 시대의 대표적 히트 상품인 TV 부문에서도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간판 제품인 ‘QLED 8K 모델’ 수를 두 배로 확대해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다. TV가 크면 클수록 좋다는 ‘거거익선(巨巨益善)’ 트렌드에 발맞춰 75인치 이상 모델을 작년 11개에서 19개로 확대해 프리미엄 TV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삼성전자의 상반기 글로벌 TV 시장 점유율은 32.4%다. 지난해 말(30.9%)보다 점유율이 1.5%포인트 올랐다
제품만 달라진 게 아니다. 소비자들에게 신제품을 공개하는 방식도 바뀌었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삼성 갤럭시 언팩 2020’ 행사를 온라인으로 열었다. 이날 행사는 한국에서 전 세계로 생중계됐다.
이날 공개된 신제품은 ‘괴물 성능’으로 호평을 받은 ‘갤럭시 노트20’를 비롯해 ‘갤럭시 Z 폴드2’, ‘갤럭시 탭 S7’, ‘갤럭시 버즈 라이브’, ‘갤럭시 워치3’ 등이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