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폴란드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58·사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을 겪고 있는 지금의 세계를 이같이 진단했다. 최근 출간된 민음사 격월간잡지 《릿터》 8·9월호에 기고한 에세이를 통해서다.
토카르추크는 에세이에서 “삶은 계속되고 있지만 그 리듬이 전과는 확연히 달라졌다”며 “어쩌면 우리는 이제야 비로소 정상적인 리듬을 되찾은 게 아닐까”라고 현 상황에 대해 운을 띄웠다. 이어 “코로나19가 지난 200년간 우리의 사고를 지배해 온 문명론, ‘인간이 창조의 주인공이고, 무엇이든 할 수 있으며, 세상이 우리 것’이란 담론을 연기처럼 사라지고 흩어지게 했다”고 서술했다.
토카르추크는 “코로나19가 우리 자신의 나약함과 무력감을 느끼게 한 동시에 우리의 보살핌이 필요한, 우리보다 더 연약한 존재들이 있음을 알게 해줬다. 전염병에 걸릴지 모른다는 공포는 우리에게 폭풍우 속에서 안전한 둥지로 돌아가고자 하는 회귀본능을 갈망하게 만들었다”며 잠시 긍정의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그가 생각하는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질서는 장밋빛이 아니었다. 그는 “새로운 질서에 맞서기 위해 대대적 전투를 준비하겠지만 대부분은 기계적 관성의 힘으로 간신히 버텨내고 있는 지금 상황을 허무하고 어이없다고 느끼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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