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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상장한 온라인 부동산 중개업체 베이커자오팡은 21억달러를 조달했다. 중국 기업 가운데 2018년 3월 상장한 동영상 서비스업체 아이치이 이후 2년5개월 만의 최대 규모다. ‘중국판 넷플릭스’로 불리는 아이치이는 검색업체인 바이두의 자회사로 상장 당시 24억달러를 모집했다. 베이커자오팡은 상장 첫날 주가가 87% 급등해 투자사인 소프트뱅크그룹이나 텐센트 등은 큰 투자 수익을 기대하게 됐다.
로이터는 베이커자오팡에 이어 전기차업체인 샤오펑이 뉴욕증시에 상장 신청서를 냈고 온라인 자산관리사인 루진숴도 뉴욕 입성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중국 기업들의 뉴욕증시행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트럼프 행정부는 내년 말까지 미국의 회계기준을 준수하지 않는 중국 기업의 상장을 폐지하겠다는 방침까지 내놨다. 최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이용자 수와 매출을 부풀렸다는 혐의로 아이치이를 조사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중국판 스타벅스’로 불리며 나스닥에 상장했던 루이싱커피가 회계 비리로 인해 결국 상장폐지됐다.
그럼에도 중국 기업들이 뉴욕증시로 계속 몰리는 것은 세계 투자자들의 관심 및 자금이 쏠리는 뉴욕증시의 매력과 핀테크 기업에 대한 완화된 규제 환경 때문이라고 로이터는 분석했다. WSJ는 “현 시점에선 상장폐지의 위험보다는 단기적으로 자금을 확보할 필요성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에서 미국 다음으로 큰 매출을 올리고 있는 애플도 트럼프의 위챗 금지 역풍을 맞을 것이란 전망이다. 중국의 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0% 이상이 위챗을 못 쓰게 되면 아이폰 대신 다른 스마트폰을 쓰겠다고 답변했다.
이처럼 비즈니스를 위해 중국 기업과의 거래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화웨이와 관련해서도 나오고 있다. 미 상무부는 이날 소프트웨어 등 미국산 기술과 장비를 활용해 개발한 반도체를 화웨이에 팔지 못하도록 제한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미 반도체업체들은 실적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지속적으로 거래 허가를 요청하고 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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