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백화점들의 선방은 그런 측면에서 더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다른 선진국 백화점이 도산하는 시점에 바닥을 찍고 성장세로 돌아섰다. 직매입이 적은 한국 특유의 유통 구조, 서점과 영화관 맛집 등이 어우러지는 오프라인 공간에서의 경쟁력이 빠른 회복의 비결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가별로 다른 백화점 유통 구조가 운명을 가르는 주요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중소기업연구원 등에 따르면 미국 백화점의 직매입 거래 비중은 80~90%에 달한다. 백화점이 직접 상품을 사들여 쌓아 놓고 고객에게 파는 방식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소비가 급감하고, 재고가 폭증하면서 백화점 파산으로 이어졌다.
반면 한국의 백화점은 ‘특약 매입’ 중심으로 위기에 강했다는 평가다. 외상 매입한 상품을 판매하고 팔리지 않은 상품은 반품하는 유통 형태다. 국내 백화점산업이 태동할 당시 일본 백화점 모델을 참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특약 매입 구조로 인해 재고 부담을 납품 업체에 떠넘긴다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역설적이게도 극단적인 불황 국면에서 백화점의 재무 부담을 덜어주는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백화점의 온라인 매출 비중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전체 매출에서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7.7%에서 올해 11.3%로 늘어났다. 현대백화점의 온라인 매출 비중은 10% 내외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도 그룹 통합 온라인 쇼핑몰 ‘롯데온’을 통해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백화점 매출 반등을 명품과 가전이 이끌고 있다는 점은 한계로 지목된다. 백화점 주요 매출원인 패션·잡화 부문보다 마진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박신애 KB증권 연구원은 “마진이 낮은 명품과 가전 매출이 백화점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늘고 있다”며 “하반기 백화점 수익성은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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