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는 신성함 이끌어내는 작업…스스로 거룩한 존재임을 일깨우죠"

입력 2020-08-19 17:10   수정 2020-08-20 02:57

“공부는 거룩한 일상입니다. 저에겐 책상이 미사 집전 때 쓰는 제대(祭臺)고, 공부는 저의 기도죠.”

동양인 최초의 바티칸 대법원 ‘로타 로마나’ 변호사이자 인문 분야 스테디셀러 《라틴어 수업》(흐름출판)의 저자 한동일 신부(사진)가 최근《한동일의 공부법》(EBS Books)을 펴냈다. 그는 평범한 사제의 길을 걷다 이탈리아 로마로 유학을 떠났다. 교황청에서 설립한 라테란대에서 교회법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합격률 5~6%에 불과한 로타 로마나 변호사가 됐다.

한 작가는 “점수 잘 따는 공부 기술이 아니라 ‘내면의 신성함을 끌어내는 정화 작업’으로서의 공부 철학을 나누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한국 학생들은 어릴 때부터 외부에서 시키는 일만 잘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 책이 학생들에게 공부하는 이유를 찾고, 스스로 얼마나 거룩한 존재인지 깨닫는 열쇠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 작가는 “솔직히 로타 로마나 변호사가 된 후 여러 글을 쓰면서 ‘내가 얼마나 많이 아는지 한 번 보라’고 자랑하고픈 오만함에 빠진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세상을 위해 공부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내가 잘났다’고 목에 힘을 많이 주고 있었어요. 그 함정에서 벗어나고 나니 공부가 달리 보였어요. 공부를 통해 마음을 어떻게 추스르고 가다듬는지 알아가게 됐죠.”

그는 “공부의 실패는 낮은 점수가 아니라 공부를 중단하는 것”이라며 “결과지상주의 때문에 많은 학생이 공부에 대해 큰 벽을 느끼고, 공부 두 글자만 들어도 몸서리를 친다”고 설명했다. 또 “학생들은 자기가 원하는 공부가 아니라 사회에서 잘나 보이기 위한 수단을 얻는 공부를 한다”며 “부모 세대를 비판하지만 결국 그 부모로부터 도움만 받을 뿐 자립하려는 의지가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부모에게 자녀 양육의 책임이 있듯, 자녀 역시 부모를 벗어나 독립적으로 성실히 살아가며 인생을 개척해야죠. 그래야 가정도, 사회도 선순환을 이룹니다.”

2017년 출간된 《라틴어 수업》은 최근 98쇄를 찍었다. 한 작가는 “서강대에서 학부생들에게 한 강의 내용을 편안한 마음으로 정리한 글이었는데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저를 ‘따뜻하고 인자한 신부 학자’일 것이라고 상상해요. 저로선 정말 부끄럽죠. 오히려 날카롭고 차가운 편이거든요. 저 자신을 독자들이 상상한 그 모습으로 가꿔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종교시설 운영 차질에 대해선 “마음속 신앙이 확고하다면 언제 어디서든 상관없이 진정한 신자”라고 강조했다. 또 “코로나19란 특수한 상황에서 굳이 공간에 구애받을 필요 없다”며 “고독 속에서 자기 내면을 더욱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새로운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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