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그룹과 KT가 마이데이터 사업에서 협업하기 위해 합작사를 세우는 방안을 추진한다. 금융-통신 데이터를 연계한 상품 개발·마케팅도 공동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업종 간 경계를 허물어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와의 경쟁에서 생존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우리금융은 19일 서울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에서 KT와 금융-ICT(정보통신기술) 융합을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협약식에는 손태승 회장과 권광석 우리은행장, 구현모 KT 대표, 이동면 비씨카드 사장 등이 참석했다. 양측은 앞으로 디지털 분야 신사업을 함께 추진하면서 공동 마케팅을 펼치기로 했다. 인공지능(AI), 데이터, 클라우드 등 다양한 미래 사업 분야에서 협업할 예정이다.
이번 업무 협약은 지난 6월 손 회장과 구 대표 간 있었던 구두 약속의 후속 조치다. 당시 양측은 케이뱅크 주주의 인연을 계기로 상호 협업 분야를 키우겠다고 선언했다. 최우선 과제는 마이데이터 사업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달부터 마이데이터 사업자 선정을 위한 심사를 진행 중이다. 양측은 지분을 투자해 마이데이터 분야 공동 사업을 위한 조인트벤처(JV)를 세우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우선 우리금융과 KT가 각각 사업자 신청을 해놓은 상태로 회사별 사업은 그대로 진행한다”며 “금융과 통신 데이터를 결합하면 차별화한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어 공동 사업자로 추가 승인을 신청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결제와 금융 서비스 이용 데이터를 적용한 맞춤형 통신 요금제, 통신사 결제 이력을 신용등급 대체 정보로 활용한 대안 대출 등이 가능해진다.
내년 도입 예정인 마이페이먼트(지급지시전달업) 사업 분야에서도 머리를 맞댈 예정이다. KT 자회사인 비씨카드와 우리은행, 우리카드 간 협업 체계를 구축해 공동 마케팅을 펼칠 계획이다. 비씨카드의 가맹점망에 우리금융의 결제 플랫폼을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비대면 금융거래 절차를 줄이기 위한 공동 인증 체계도 도입한다. 양사 간 비대면 채널 본인 인증 정보를 교차 활용하는 방식이다. AI, 빅데이터 등 디지털 전문가 양성을 위한 교육과정도 공동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빅테크와의 경쟁에서 디지털 혁신 주도권을 잡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