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회의·회식 없애라"…셧다운 공포에 기업들 '3無 방역' 돌입

입력 2020-08-19 17:29   수정 2020-08-20 01:00


“다른 사업장에 방문하면 절대 안 됩니다. 10인 이상 대면회의도 금지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재확산에 기업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지난 3월 코로나19 1차 확산 때보다 강도 높은 방역 수칙을 내놓고 있다. 공통점은 ‘3무(無)’다. 외부와의 접촉은 물론 대면회의, 출장 및 회식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다른 사업장과의 협업이 필요하거나 데이터 보안 등급이 높아 사내 출근이 불가피한 프로젝트의 진행에 차질이 빚어지는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모든 형태의 접촉 피해라”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 18일부터 2주간 국내외 출장을 전면 중단하는 등 비상 조치에 나섰다. 18일부터 서울 양재동 본사에 다른 사업장 임직원의 출입을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꼭 필요한 경우 사전 승인을 받고 검역 절차도 거쳐야 한다. 외부 방문자는 본사 출입이 아예 불가능하다. 협력사 임직원과의 회의를 위해 마련한 1층 접견실도 사실상 폐쇄됐다. 현대차 관계자는 “직원들의 층간 이동도 최소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LG그룹도 마찬가지다. 사업장 간 출장과 대규모 대면회의 및 집합교육 등을 중단할 것을 계열사에 공지했다. ‘가급적이면 접촉을 자제할 것’이란 문구가 ‘금지’로 바뀌었다. LG 관계자는 “꼭 필요한 업무가 아니라면 접촉 자체를 하지 말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SK그룹의 서울 서린동 사옥은 출근하는 직원 자체가 거의 없어 텅 비다시피한 모습이다. SK이노베이션과 텔레콤, E&S 등은 23일까지 전 직원 재택근무를 지시했다. 그룹 지주회사인 SK(주)도 필수인력을 제외한 전 직원의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삼성그룹은 별다른 지침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미 고강도 방역지침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국내외 출장 및 협력사의 방문 자제, 대규모 대면회의 금지 및 화상회의 활용 지침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자칫 반도체 등 핵심사업장이 뚫릴 경우 막대한 손실을 본다”며 “사태의 추이를 지켜본 뒤 추가 지침을 내놓을지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핵심 프로젝트 차질 우려도
주요 기업 임직원은 국내 이동 금지를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고 있다. 현대차는 사업장과 연구소 간 이동까지 원천 차단했다. 코로나19 방역지침 강화에 따른 ‘병목현상’으로 일정이 미뤄지는 프로젝트가 수두룩하다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온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연구개발(R&D) 프로젝트 중 상당수는 도면과 데이터를 함께 들여다봐야 하는 일이 많다”며 “화상회의, 콘퍼런스콜 등을 통해 급한 일을 처리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대기업 고위임원은 “업무가 다소 늦어져도 확진자 1명이 나와서 본사 또는 공장이 폐쇄되는 최악의 상황은 피해야 한다는 게 회사의 방침”이라고 전했다.

해외 프로젝트도 줄줄이 연기될 가능성이 있다. 본사에서 내려온 출장 금지 지침 영향도 있지만 상대 국가에서 한국 임직원들을 받아줄지도 불투명해졌다는 지적이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한국에서 이뤄지는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상대 국가에서 ‘위기 신호’로 인식할 가능성이 있다”며 “비자 발급을 중단하거나 입국을 금지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생산 공장에서는 셧다운 우려가 크다. 직원 중 한 명이라도 확진자가 나오면 공장 가동을 멈춰야 하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지난 3월과 4월 울산공장 등에서 확진자가 나와 3만 대 안팎의 생산 차질을 빚었다. 24시간 가동돼야 하는 제철소와 석유화학단지 역시 외부인 출입 통제와 직원 감염여부 점검을 강화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한번 폐쇄된 공장은 방역 당국의 허가 없이 열 수 없다”며 “현장에서 할 수 있는 모든 방역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형석/안재광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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