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마트에 들어서면 왜 고소한 빵 냄새가 날까

입력 2020-08-20 17:52   수정 2020-08-21 03:15

“2004년 삼성이 내게 상징색인 파란색과 흰색을 향(香)으로 나타내주길 원했다. 향기 마케팅을 펼친 건 글로벌 기업 중에서 처음이었다.”

조향 컨설팅 업체인 센트커뮤니케이션의 대표 로베르트 뮐러-그뤼노브는 저서 《마음을 움직이는 향기의 힘》에서 삼성과의 일화를 소개한다. 당시 삼성은 “혁신을 향으로 표현해 달라”고 저자에게 요청했다. 그는 이렇게 회고한다. “대륙과 인종을 초월해 향으로 같은 인상을 줘야 했다. 자연에서 답을 찾았다. 신선한 물과 맑은 공기를 담은 향을 선보였다. 성과는 곧장 나왔다. 미국 뉴욕에 있는 삼성전자 점포를 찾은 소비자 중 약 60%가 ‘향기’ 때문에 더 오래 머물렀다.”

이 책은 후각의 중요성과 향기의 힘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았다. 저자는 다양한 분야의 업체들과 함께 일한 경험과 사례를 바탕으로 의료와 항공, 건축 분야에서 향기를 어떻게 이용하고 있으며 산업 전반에 걸쳐 어떤 식으로 향기 마케팅이 이뤄지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저자에 따르면 향은 소비자들의 코를 간질여 직접 지갑을 열게 하는 데도 쓰인다. 대형마트에선 냄새로 사람들을 자극한다. 입구에 빵집을 둬 냄새로 소비자들의 침샘을 자극한다. 침샘이 자극받으면 허기로 발전하고 욕구가 늘어난다. 빵집이 들어선 마트가 그렇지 않은 곳에 비해 장사가 잘되는 이유다.

향기가 돈벌이에만 쓰이는 건 아니다. 좋은 향기는 사람의 심성도 바꾼다. 선한 행동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프랑스 로렌대가 수행한 실험을 소개한다. 바닐라향을 뿌린 실험자와 박하향을 뿌린 실험자들이 시민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어느 쪽이 더 많이 도움을 받았을까. 결과는 바닐라향의 승리다. 바닐라향 실험자들은 시민의 70%로부터 도움을 받은 반면 박하향은 10%에 그쳤다. 저자는 “향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평소 후각을 발달시키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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