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정부와 중앙은행, 가계의 ‘대차대조표’ 악화가 결국 ‘유동성 파티’를 즐기던 주식 투자자들의 간담을 서늘케 하는 수준에 근접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우려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던 코스피지수는 지난 20일 2274.22로 86.32포인트(3.66%) 급락했습니다. 같은 날 아침 신문 1면에는1637조원으로 불어난 6월 말 가계신용 소식이 실렸습니다. 그리고 간밤에는 ‘(성과 없이) 대차대조표만 과도하게 무거워질 수 있다’며 수익률곡선 제어(YCC)에 회의적인 견해를 주고받은 7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 내용이 전해졌습니다.
시장은 현금과 신용 공급 주체들이 지금처럼 계속 돈을 풀 수 없는 상황에 처할 가능성에 큰 두려움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미 중앙은행(Fed)처럼 7조달러로 불어난 대차대조표의 부담 때문이든, 아니면 자산시장의 버블을 키우는 부작용 때문이든 말입니다.
각국 정부는 초유의 코로나19 불황 위기를 맞아 금리인하와 재정지출 확대라는 ‘정통’ 처방을 과감하게 펼치고 있는데요. 그 규모가 워낙 커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강한 역풍에 맞닥뜨릴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월가의 전설’ 짐 로저스는 지난 19일 3월 이후의 미 주가급등 배경을 “충격적으로(daggering) 많은 돈을 찍어냈기 때문”이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다음번엔 (충격이 올해보다) 더 나쁠(worse) 것이라는 의미”라고 강조했습니다.
한국의 돈 풀기는 아직 ‘제동’이 필요 없을까요.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중소기업 원화대출은 올해 1~7월에만 60조원 순증했습니다. 가계신용은 2분기에만 26조원이 불어났습니다.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초 국내총생산(GDP) 대비 39.8%에서 3차 추경 후 43.5%로 불어날 전망입니다. 이 빚은 모두 미래에 누군가 갚아야 합니다.
그래도 정부의 돈 풀기는 장기간 멈추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정치적 관점에서 당장의 경기 회복은 미래 세대의 부담 증가보다 늘 우선했으니까요. 어쩌면 1999년의 주식시장, 2000년대 중반의 부동산시장처럼 버블의 성장 및 고통스러운 붕괴를 마냥 지켜봐야 할지도 모릅니다.
이미 일부 자산가격이 ‘붕괴하기 전엔 알 수 없다’는 버블에 휩싸여 있다는 진단도 있죠. 만약 그렇다면, 로저스의 말처럼 우리는 또 다른 대형 충격에 대비해야 할 것입니다.
버블의 고통을 뼈저리게 느꼈던 일본의 경제기획청은 1993년 백서에서 자산 버블과 관련해 다음과 같이 썼습니다. “일부 경제 주체를 부유하게 함으로써 수요를 진작하고 성장률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이고 반드시 반동적인 디플레이션을 수반한다. 이번 경험에서 일본은 버블엔 장점이 없고 단점만 존재한다는 사실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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