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강공원이 '자라니'(자전거+고라니)들의 출몰에 몸살을 앓고 있다. 자라니는 시속 20~30㎞가 넘는 빠른 속도로 달리는 자전거 운전자를 고라니에 빗대어 표현하는 말이다. 한강공원 자전거 도로는 제한 속도가 없고, 별다른 단속도 이뤄지지 않아 자전거 교통사고 사각지대가 됐다는 지적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실내 운동 대신 한강공원에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 자칫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일부 자전거 운전자의 위험천만한 과속 주행으로 한강공원에서는 자전거 관련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7월까지 접수된 자전거 관련 사고는 54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한 해 동안 접수된 사고가 65건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올 들어 사고가 급증하고 있다. 이는 안내센터에 접수된 사고만 집계한 수치로 실제 사고 건수는 훨씬 더 많을 것이라는 게 한강사업본부의 설명이다.
이들의 과속 주행을 막을 방법도 딱히 없는 상황이다. 한강공원 자전거 도로는 속도 제한이 없다. 자전거 전용도로는 시속 30㎞,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는 시속 20㎞ 이하로 다녀야 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권고 사항일 뿐이다.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자원봉사단과 함께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달리는 자전거 운전자에게 자제를 요청하고 있다"면서도 "현실적으로 인력이 부족하고, 강제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운전자를 설득시키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강공원에서 자전거를 즐겨 타는 이들은 자전거가 익숙지 않은 '따릉이족'을 경계 대상으로 꼽는다.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퇴근 후면 자전거를 가지고 한강공원으로 나선다는 김모씨(44)는 "친구들끼리 따릉이를 빌려 타고 나온 이들은 병렬 주행을 하며 자전거 도로를 가로막거나, 도로 중간에 자전거를 세워놓고 기념사진을 찍기도 한다"며 "근처에 따릉이가 있으면 서둘러 피해가는 편"이라고 했다.
여름철 '음주 라이딩'도 문제다. 한강공원에서는 자전거를 옆에 세워놓고 편의점에서 산 맥주를 마시는 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음주 운전 시 범칙금이 부과되지만 한강공원에서 자전거 운전자를 대상으로 한 음주 단속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박현배 도로교통공단 안전교육부 교수는 "자전거는 도로교통법상 엄연히 '차'로 분류된다"며 "자전거를 차로 받아들이는 인식이 정착될 수 있도록 관계 부처의 꾸준한 계도와 단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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