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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반포동 서울성모병원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는 ‘파업으로 인한 의료인 부족으로 코로나 검사를 시행하지 않습니다’라고 쓰인 입간판이 세워졌다. 입원 환자와 외래 환자 중 코로나19 의심자만 검사를 시행해 선별진료소를 찾은 일반 시민들은 인근 보건소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정부 의료정책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의 파업이 시작되면서 의료 공백 사태가 현실화됐다. 이날 인턴과 레지던트 4년 차를 시작으로 22일에는 3년 차, 23일에는 1·2년 차가 무기한 파업에 돌입한다. 전임의들도 다음주 업무 중단 동참을 예고하면서 긴장감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의료계가 철회를 요구하는 의대 증원 등의 정책을 밀고 나가겠다는 방침이어서 갈등이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금요일이 다른 요일에 비해 진료와 수술 건수가 적은 것도 파업 영향이 덜했던 요인으로 꼽혔다. 그러나 전공의 1~3년 차들이 이번 주말부터 파업에 참여할 예정이어서 다음주부터 수술 등 진료 차질이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다음주부터 수술 건수를 30~40%가량 축소 운영하는 게 불가피해졌다”며 “위급 환자 진료에 적잖은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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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의는 서울 주요 병원마다 100~300명씩 배치돼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전임의와 전공의가 각각 300여 명으로 비슷한 규모다. 서울대병원은 전공의가 500여 명, 전임의가 300여 명이다. 전공의에 이어 전임의까지 단체행동에 가세하면 당장 수술과 외래 진료에 문제가 발생한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수요일부터 전임의들이 업무를 거부하면 ‘무늬만 병원’인 상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공의, 전임의가 사라진 병원에선 교수들이 진료, 수술 등 모든 의료행위를 맡게 된다.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평소 5명이 맡는 응급실 업무를 한 명이 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렇게 되면 남아 있는 의료진의 피로 누적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의료법에는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거나 휴업해 환자 진료에 지장을 초래하면 복지부 장관이나 지방자치단체장이 업무개시 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업무개시 명령을 어기면 면허정지나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복지부 관계자는 “처벌 조치가 매우 무겁기 때문에 업무 중단에 참여한 전공의들에게 진료개시 명령을 내릴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정책은 의료계뿐만 아니라 각계각층의 의견을 모아 수립했기 때문에 의협 주장처럼 완전히 물거품으로 만든 뒤 원점에서 시작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의협은 정부가 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의 정책을 철회해야만 파업을 유보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이날 서울 한강로 의협 임시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한방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비대면 진료 육성 등 4대 의료정책을 철회하면 파업을 잠정 유보하겠다”고 했다. 그는 “정부가 철회 불가를 고수하는 만큼 예정대로 26~28일 3일에 걸쳐 전국의사총파업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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