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장 출신인 유경준 미래통합당 의원은 기획재정부가 지난 20일 부랴부랴 내놓은 ‘보도참고자료’를 보며 혀를 찼다. 경제 정책의 중심을 잡아아 할 기재부가 ‘정치 논리’와 ‘부처 이기주의’에 빠져 있다는 한탄이었다.
유 의원의 의뢰로 국회 예산정책처가 지난 19일 발표한 보고서가 문제가 됐다. 내년부터 2025년까지 5년간 주택분 보유세수를 추계한 보고서다. 1주택자의 연평균 종합부동산세(종부세)가 향후 5년간 두 배로 증가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기재부는 보고서를 단독 보도한 한국경제신문 기사에 대해 “종부세법 개정에 따른 세부담 증가로 해석하기에는 부적절하다”고 반박했다. 집값 상승에 따른 종부세의 자연 증가분을 포함한다는 이유에서다. 또 새로 추가된 세액공제 혜택을 예로 들며 “이런 제도를 통해 1주택자의 세부담 증가는 크지 않다”고 해명했다.
시장에선 “정부가 현실을 너무 모른다”는 얘기가 쏟아진다. 기재부가 문제 삼은 조항은 ‘연평균 공시가격 상승률(7.8%)이 향후 5년간 유지된다’는 기본 가정이다. 집값이 오를 만큼 올랐는데 또 오르겠느냐는 논리다. 하지만 부동산시장 전망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보고서가 과거 5년 상승률을 세수 추계의 기본 가정으로 삼은 것도 이 때문이다.
더욱이 공시가격이 오르는 주요 이유 중 하나는 정부 정책 탓이라는 비판이 크다. 국토교통부가 주요 정책을 통해 공시가격에 반영되는 시세 비율을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기재부 담당 과장은 “종부세법 개정과 무관한 내용”이라고 항변했다. 국토부 소관이라는 의미다.
현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가장 큰 불만은 “주택 실수요자까지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1주택자뿐 아니라 상속, 이직 등 불가피하게 주택을 두 채 갖게 된 실수요자도 갑작스러운 세금 폭탄에 발을 동동거린다. 이런 불만에 귀를 기울이고 대책을 찾는 게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의 역할이다. 핑곗거리를 찾고 다른 부처에 책임을 돌리는 일은 잠시 뒤로 미뤄놔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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