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이 20일 들고 나온
단일소득지원체계는 김종인 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부의 소득세(negative income tax)'를 언급한지 두 달 만에 나온 것이다. 통합당은 국세청에 세금징수와 소득지원 두 기능을 모두 부여해 일정 소득이 넘는 가구엔 소득세를 걷고, 면세점 아래의 가구엔 보조금을 줘 빈곤한 가구를 없애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전제로는 현재 현금복지 통폐합을 제안했다.
윤희숙 당 경제혁신위원장은 이에 대해 "면세점 위 가구엔 세금을 걷고 저소득 가구엔 지원금을 주는 것을 국가가 총괄적으로 설계하면 기존의 소득세 징수 기능을 전국민에게 확대하는 것과 같다"며 "저소득층 소득지원은 마이너스(-) 액수의 소득세와 같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부의 소득세는 밀턴 프리드먼이 처음 제안한 것이다. 보통의 소득세는 납세자로부터 세금을 징수하지만 이 제도는 역으로 저소득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부의 소득세 또는 역소득세라고 부른다. 이 시스템에서는 특정 기준까지의 소득에는 세금이 없고, 그 수준보다 높은 소득엔 세금을 부과하며, 이보다 낮은 소득의 사람들은 부족한 부분을 지원받는다. 전국민에 지급하는 방식의 기본소득과는 달리 빈곤층을 대상으로 최저소득을 보장하겠다는 차원의 보수식 기본소득이다. 통합당이 제시한 단일소득보장체계가 현실화될 수 있을까.
①해외 실험은 실패
미국 공화당의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1967년대 이미 '부의 소득세'를 도입하려 했다. 여러 도시에서 수천가구에 보조금을 주고, 일을 줄이거나 그만두는지를 몇년간 살폈다. 노동시간이 평균 7~9% 줄어든 결과가 나왔다. 노동의욕을 꺾는다는 정치권의 비판이 나오며 구상이 백지화됐다. 2016년부터 비슷한 시범사업을 도입한 캐나다 온타리오주도 예산 문제를 들어 3년 계획으로 진행되던 프로그램을 2018년 중단했다.
②소득 파악은 미비
또 다른 현실적인 문제는 현재 국세청이 소득을 100% 파악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국세청이 집계하는 소득 자체에 의구심을 표하는 국민들이 적지 않다. 실제 소득보다 적게 소득을 신고하거나 편법을 쓰는 상황도 비일비재하다. 금융소득, 임대소득 등은 근로소득보다 파악률이 더 떨어진다. 단일소득지원체계에서 '가짜 저소득자'까지 보조금을 받게 된다면 공정성에 대한 국민들의 문제제기가 커질 수밖에 없다.
③복지 통폐합 어려워
통합당은 단일소득지원체계 도입의 전제로 기존 현금복지 통폐합을 제안했다. 통폐합이 필요한 제도로는 기초연금과 기초생활보장제도 중 생계급여, 근로장려세제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단일소득지원제도가 도입되고 이들 제도가 폐지되면 지금 복지혜택을 누리던 사람 중 지원을 받다가 못 받는 경우가 생길 수밖에 없다. 대선을 앞둔 통합당이 현재 복지 수혜자의 강력한 반발을 뚫고 복지 통폐합을 계속 주장하면서 설득력을 갖추려면 치밀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④시장 교란 우려
일정 소득을 보장해주는 단일화된 복지지원이 민간 고용시장에서의 자연스러운 임금 결정 요인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기본소득 보장제도가 오히려 저임금을 정당화하면서 빈곤층에 필요한 임금 상승을 인위적으로 억제하고, 결국 사업이 끝나면 빈곤층은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기본소득으로 일원화된 복지혜택이 사회안전망을 더 취약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