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의 삼성이 중소기업들을 벤치마킹한다고?

입력 2020-08-23 15:33   수정 2020-08-23 15:46



삼성SDI가 장수 중소·중견기업을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하고 있다. 한 분야에서 오랜 기간 생존한 기업이라면 규모와 관계없이 배울 점이 있다는 것이 삼성SDI의 설명이다.

삼성SDI는 23일 온라인 사보 ‘SDI 토크’와 사내 방송 등에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장수 시크릿’이란 고정물을 내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50년 이상 사업을 이어가고 있는 장수기업들의 차별화 포인트를 분석하고 개별 사업부 단위에서 벤치마킹 포인트를 찾아보자는 취지다.

화신볼트는 삼성SDI가 벤치마킹 사례로 거론한 대표적인 사례다. 이 회사는 1963년 만들어졌다. 해외에서 볼트를 수입해 국내에 파는 도매점으로 사업을 시작해 특수볼트 제조업체로 변신했다. 이 회사의 주력 제품은 발전소 터빈, 해양 플랜트 등에 들어가는 특수볼트다. 볼트의 크기는 30㎝~1m. 개당 1억원 이상에 팔리는 제품이 있을만큼 가격이 비싸다. 빠르게 돌아가는 모터를 지탱하고 고온과 고압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된 제품인데다 100% 주문 제작 방식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비싼 값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볼트 시장이 포화가 된 1980년대부터 기술로 승부를 본 사례"라며 "전체 임직원의 3분의 1이 품질 관리 업무를 맡고 있을 만큼 품질을 적극적으로 챙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일식품도 삼성SDI가 배울 것이 많은 기업으로 꼽은 곳이다. 이 업체의 효시는 1945년 만들어진 ‘김방 장유양조장’이다. 기업의 역사가 75년에 달하는 셈이다. 초창기 매일식품은 전형적인 가내수공업 업체였다. 맛에 관한 자부심은 있었지만 대량 생산을 할 수 없었다. 늘 똑같은 맛을 내는 것도 쉽지 않았다.

매일식품은 장의 온도와 습도, 첨가물 등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후 규격화 해 대량생산 체계를 갖췄다. 이 회사가 노린 시장은 국내만이 아니었다. 식료품을 만드는 업체에 장류를 공급하는 방법으로 전 세계 25개국에 진출했다. 현재 매일식품의 전체 매출에서 해외시장이 차지하는 비율은 20%에 이른다.

삼성SDI가 장수 중소기업들을 분석하는 배경엔 ‘혁신 전도사’로 불리는 전영현 삼성SDI 사장이 있다. 그는 직원들과 만날 때마다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려면 혁신 기술과 혁신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혁신 마인드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삼성SDI 관계자는 "장수 중소기업들의 강점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삼성SDI가 수용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를 모색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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