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방역의 정치화'로는 코로나 대유행 못 막는다

입력 2020-08-23 18:28   수정 2020-08-24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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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어제 0시 기준 397명 늘어나는 등 2차 유행 이후 연일 최다를 기록하고 있다.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 14일 이후 열흘 연속 세 자릿수를 기록 중이고 수도권은 물론 비수도권(24%) 발생도 크게 늘어 전국으로 빠르게 확산하는 양상이다.

코로나 2차 유행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기도 했다. 코로나가 6개월 넘게 지속되면서 국민들 사이에 방역 피로감이 커지고 긴장감도 다소 떨어졌던 게 사실이었다. 정부 역시 내수 진작을 명분으로 임시공휴일 지정, 소비쿠폰 지급 등으로 코로나 확산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 그런 점에서 코로나 재확산은 모두의 경계심이 느슨해진 탓에 피하기 어려웠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 여당이 특정 집단을 지목해 코로나 확산의 주범처럼 몰아가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물론 광화문 집회(15일)에 참석했던 일부 교회가 검사에 비협조적 태도를 보이는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코로나 감염이 일부 극우단체에서 시작됐다”는 여당 대표의 말은 귀를 의심케 한다.

‘엄단’ ‘법정 최고형’ ‘현행범 체포’ ‘구속 수사’ 등 대통령과 정부 여당 핵심 인사들 입에서 나오는 살벌한 단어들은 코로나로 상처받은 국민의 마음을 더욱 서늘하게 만들 뿐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국민을 편 갈라 ‘선택적 분노’를 표출하고, 엄포를 놓는 정치적 대처가 아니라 전문가들의 의견에 귀를 열고 과학적 처방을 내리는 것이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어제 “전국 대유행 위기를 앞둔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방역 전문가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전국적으로 격상하고 단기적으로라도 강력한 이동중지 조치와 실내외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와 정치권이 시급히 해야 할 일은 방역 강화와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국민의 일상생활을 어디까지 규제할지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신속히 결정하는 것이다. 국민을 상대로 “잘못 걸리면 호되게 당한다”고 협박할 때가 아니다. 따지고 보면 초기에 중국으로부터 입국을 막지 않은 것이나 최근 소비쿠폰을 뿌린 것 등 코로나 확산에 정부 책임이 결코 적지 않다.

그런데도 코로나가 잠잠해졌을 때는 ‘K방역’ 운운하며 자화자찬하더니 다시 번지자 모든 걸 국민 탓으로 돌리려 든다. 확진자가 800명 넘게 나온 사랑제일교회는 검사에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오직 과학에 입각한 방역 강화에 전념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 호응이 높아지고 재확산도 최소화할 수 있다. 코로나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일각의 의구심 역시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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