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에서는 59년 만의 ‘4차 추가경정예산’ 편성 논의도 재개됐다. ‘수해 복구에 꼭 필요하다’며 밀어붙이다 “본예산에 잡아둔 재해 예산이 남아 있다”는 점을 확인한 뒤 민망하게 철회했던 카드를 불과 10여 일 만에 다시 꺼내든 것이다. 야당도 가세했다.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우리는 벌써부터 4차 추경 편성과 재난지원금 지급을 주장해왔다”며 한 술 더 떴다. 나랏빚이나 정책 효과는 무시한 채 대중의 선호를 좇는 행태가 정치권 전반으로 확산된 것 같아 씁쓸하기 이를 데 없다.
여야는 ‘민생에 대한 고민과 충정의 발로’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총 17조9720억원의 1차 재난지원금을 풀었지만 이로 인한 부가가치 유발 효과는 9조130억원으로, 투입액의 절반에 불과했다는 게 국회예산정책처 분석이다.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재난지원금 일부가 저축으로 잠기고 기존 소비를 대체하는 정도에 그쳤기 때문이다. ‘소비가 조금이라도 늘어난 게 어디냐’는 주장은 이 재원을 다른 곳에 투입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기대이익’을 빠뜨린 엉뚱한 계산법이다.
2차 재난지원금은 대부분 나랏빚으로 충당할 수밖에 없다. 작고 불투명한 ‘소비 진작 효과’를 위해 가뜩이나 취약한 재정건전성을 더 훼손시키는 것은 위험한 선택이다. 코로나가 다시 ‘대유행 국면’에 접어들고 있고 “종식이 불가능하다”는 견해까지 속출하고 있다. 지금은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고 최대한 재정여력을 확보해 나가야 할 시기다.
물론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이 불가피해지는 상황이 조만간 닥칠 수도 있다. 그런 경우라도 하위 30%나 50%에 지원금을 집중하는 방안이 우선 검토돼야 한다. 그것이 서민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 현세대의 부담을 미래세대에 전가하지 않는 최소한의 양심이기도 하다. 정치적 셈법을 앞세워 밀어붙이고 부작용이 터지면 또 세금으로 땜질하는 행태는 사라져야 한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