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부총리가 정치권과 1라운드를 펼친 것은 지난 3~4월이었다. 당시에도 이슈는 긴급재난지원금이었다. 그는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더라도 소득 하위 50% 이하 가구에만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것은 재정건전성을 지나치게 압박할 뿐 아니라 효과도 불분명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1라운드에선 홍 부총리가 완패했다. ‘4·15 총선’을 앞둔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지급하는 방향으로 밀어붙인 결과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홍 부총리 해임까지 거론하기도 했다.
이번 2라운드도 양상은 비슷하다. 홍 부총리는 먼저 2차 긴급재난지원금과 4차 추경이 필요한지를 신중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생각이다. 또 지급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저소득층에 대한 지급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는 지난 20일 “2차 재난지원금은 막대한 비용 부담을 고려해야 한다”며 “꼭 재난지원금이 아니라 그런 효과가 있는 대책을 맞춤형으로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홍 부총리와 집권 여당 간 전선은 이뿐이 아니다. 홍 부총리는 재정건전성을 관리하는 법적 기준인 ‘재정준칙’ 도입과 부동산 감독기구 설치 여부를 놓고도 여당·청와대의 압박에 맞서는 모양새다.
재정준칙 도입은 법적으로 구속력 있는 나라살림 관리 목표를 정하는 것을 말한다. 올해 재정적자가 역대 최대 규모로 불어나면서 홍 부총리를 중심으로 한 기재부는 이번 기회에 재정준칙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의 기동민·박홍근 의원은 “현 시점에서 논쟁만 만들 것”이라며 도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홍 부총리는 부동산 감독기구 설치에도 신중론을 견지하고 있다. 부동산 감독기구는 문재인 대통령이 검토를 지시한 사안이다. 홍 부총리는 지난 20일 “정부 부처 내에서도 부정적 의견이 상당히 많아 너무 성급하게 결정할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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