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는 2차전지 셀로 구성된다. 순수전기차(EV)에는 2차전지 셀 200개가 들어간다. 셀 제조 단계의 후공정인 활성공정은 제품을 완성하기 전 최종적으로 셀을 마감하고 성능을 점검하는 과정이다. 기계장비 업체 클레버는 활성공정 가운데 폴딩설비에 신기술을 도입해 셀 불량률을 종전의 10분의 1로 줄여 2차전지 업체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정종홍 클레버 대표는 “일본산 폴딩설비를 국산화할 때 철강업계에서 롤러를 사용하는 것에 착안했다”고 말했다. 이어 “롤러를 적용한 폴딩설비를 2015년 테스트용으로 제작해 시험한 결과 불량률이 종전 3%에서 0.3%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에서 2016년부터 올해까지 5년간 지원받은 총 26억원의 창업기업지원자금은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클레버의 폴딩설비는 롤러 방식으로 해외 경쟁사 설비의 3개 공정을 하나로 단축한 제품이다. 설비가 단순해지면서 크기는 3분의 1로 줄었다. 테이핑을 하지 않아도 돼 원재료가 절감됐고, 수율은 높아졌다. 2016년 SK이노베이션의 초도 양산설비에 롤러 방식 폴딩설비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이후 SK이노베이션 공장의 기존 폴딩장비를 모두 대체하며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폴딩설비는 최근 다른 2차전지 제조사에서도 공급을 요청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정 대표는 “전기차 배터리시장이 폭발하는 시점에 생산 효율성을 높인 설비를 공급한 게 주효했다”며 “작년에 수주한 4000만달러 규모 수출 물량 등을 고려하면 올 한 해 매출 65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클레버는 새로운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연구개발에 매출의 5%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 지난 5월부터는 영역을 확장해 반도체 식각장비를 만들기 시작했다. 웨이퍼 300㎜가 대세인 상황에서 틈새시장인 200㎜용 식각장비에 집중할 계획이다.
최근엔 반도체나 제약사 공장 건설에 필요한 공조, 가스, 화학, 물 등과 관련된 설비를 종합적으로 공급하는 자회사를 설립해 유틸리티 분야로 영역을 확장했다.
정 대표는 “회사 벽면에 ‘반드시 겨울은 온다’는 문구를 새겨놨다”고 했다. “5년여 전 4평 작은 임대 사무실에서 시작해 빠르게 성장했지만 이 호황이 끝난 뒤 먹거리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회사는 내년 6월을 목표로 주식시장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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