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회사는 해외 투자가 국부 유출쯤으로 여겨지던 2001년, 외환위기의 그늘이 채 걷히기 전에 미국에서 벤처 투자를 시작했다. 현재 국내 PEF 가운데 해외 비중이 가장 높다. 5000억원 규모로 조성 중인 5호 블라인드 펀드(자금을 먼저 모은 뒤 투자처를 정하는 펀드)인 ‘스틱글로벌혁신펀드’의 경우 50%는 해외 기업에, 나머지 50%는 국내 기업 중 해외 진출을 많이 하는 기업에 투자할 예정이다. 수출입은행이 먼저 450억원을 약정하는 등 순조롭게 자금 모집이 이뤄지고 있다.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요즘 가장 눈여겨보는 시장은 인도와 중국, 동남아시아 등이다. 특히 인도에 대한 관심이 크다. 국내 기업들이 직접투자(FDI)를 늘리고는 있지만 여전히 절대 규모는 낮은 편이다. 미·중 갈등을 피해 구글을 비롯한 미국계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인도 투자를 늘리면서 기업가치가 빠르게 불어나고 있는 점도 매력적이다.
스틱이 작년 10월 점찍은 ‘인도판 배달의민족’인 던조 역시 구글이 경영권을 보유한 회사다. 스틱인베스트먼트 대표부터 주니어 인력까지 인도 곳곳을 방문해 시장을 조사해서 투자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계열 벤처캐피털(VC) 회사인 스틱벤처스와 함께 총 1000만달러를 투자했다. 올 6월엔 인도 병원체인인 사히아드리에도 1000만달러를 투자했다. 이경형 스틱인베스트먼트 본부장은 “한국과 달리 인도 병원은 영리법인이고 원격의료 등을 시도할 수도 있다”며 “병원 대형화가 이뤄지고 있어 출구전략 확보도 쉽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현지 사무소를 통해 여러 차례 투자를 단행한 베트남과 지난해 사무소를 차리고 투자처를 찾고 있는 인도네시아도 스틱이 주목하는 지역이다. 중국에서는 과거 제조업 기반 중소기업에 투자하는 전략을 썼으나 최근 최상위권 기업에 투자하는 전략으로 돌아섰다. 스틱은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 및 투자 동반자이기도 하다. SK그룹과 함께 중국 농수산물 유통회사 조이비오에 투자했고, 카메라 모듈 생산업체 캠시스와 함께 베트남 캠시스비나를 세워 상장(IPO)을 추진하는 등 성과가 상당하다. 전략적 투자자(SI)인 대기업들이 스틱의 블라인드 펀드에는 믿고 자금을 넣는 배경이다. 이번 5호 펀드에도 5~6곳의 SI 자금을 유치하겠다는 게 스틱의 목표다.
이 본부장은 “재무적 투자자(FI) 중에도 은행이나 증권사는 핀테크 회사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있고, 상사 등은 해외에서 농수산물 유통 사업을 하려는 수요가 있다”며 “파트너가 원하는 방향에 맞춰 좋은 투자 대상을 골라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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