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랭킹 304위, 체중 빠지는 라임병 투병…무명 포포프의 '메이저 반란'

입력 2020-08-24 17:52   수정 2020-08-25 00:45


“1주일 전만 해도 꿈도 꾸지 못할 일이 일어났네요.”

24일 스코틀랜드의 로열 트룬GC. 여자골프 메이저대회 사상 최대 이변을 일으킨 조피아 포포프(28·독일·사진)가 차오르는 눈물을 훔쳐냈다. 대회 직전 세계랭킹 304위. 우승은 자신조차 상상하지 않았던 터였다. 포포프는 모두의 예상을 뒤집고 AIG여자오픈(총상금 450만달러)에서 당당히 정상에 올랐다. AIG여자오픈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 대회. 그는 역대 최고난도 코스로 꼽힌 로열 트룬GC(파71·6649야드)에서 혼자 7언더파 277타를 쳐 최강의 경쟁자를 모두 제압했다. 코스에서 정상적인 경기를 한 선수는 사실상 그가 유일했다.
동네 투어 떠돌던 ‘무명’의 반란
포포프는 2006년 여자골프 세계랭킹이 도입된 이후 가장 낮은 순위 선수의 ‘메이저 반란’이란 역사를 썼다. 종전 기록은 지난해 KPMG여자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한 해나 그린(24·호주)의 114위였다. 독일 선수의 메이저 대회 우승도 그가 처음이다.

포포프의 인생은 굴곡으로 가득했다. 데뷔 해인 2015년 투어카드를 지키지 못하고 이듬해 2부 투어로 내려갔다. 이후 준우승만 네 번 했다. 원인 모를 이유로 몸무게가 11㎏ 이상 빠지는 불운까지 그를 괴롭혔다.

포포프는 “당시 병원을 스무 곳이나 돌아다녔다”며 “3년이 지나서야 겨우 라임병이라는 진단이 나왔고, 지금도 관리 중”이라고 했다. 라임병은 진드기가 옮기는 ‘보렐리아균’이 원인. 악화하면 혈액을 타고 다른 부위에 퍼져 심장질환, 신경계 이상을 일으킨다.

2018년엔 조건부 출전권을 얻었으나 바로 잃었다. 시드전에선 1타 차로 떨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로 투어가 중단되자 1부 선수들의 올해 시드가 내년까지 인정됐다. 꼼짝없이 2021년까지 무명 생활을 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동네 대회’로 불리는 미니투어에 나가 세 번 우승하며 감각을 익혔지만 정규 대회 출전 기회는 좀처럼 다가오지 않았다. 지난 7월 말에는 동료인 아너 판 담(25·네덜란드)의 캐디로 나서기도 했다. 포포프는 “캐디의 시각에서 코스를 바라보는 기회를 얻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그를 절망케 했던 코로나19는 역설이 됐다. 이달 초 열린 마라톤클래식에 많은 시드권자가 불참하자 그에게까지 출전 기회가 돌아간 것이다. 최종 성적 9위에 올라 이번 대회 출전권까지 극적으로 손에 쥐었다. 단독 선두로 3라운드를 마친 그는 SNS를 차단하고 휴대폰을 비행기 탑승 모드로 바꾸는 등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대가는 달콤했다. 그는 내년 출전권과 상금 67만5000달러(약 8억원)를 챙겼다. 그동안 LPGA투어에서 벌어들인 10만8051달러의 약 여섯 배에 달하는 액수다. 포포프의 캐디백을 멘 남자친구 막시밀리안 멜리스는 “믿겨지지 않는다. 달 위를 걷는 기분”이라며 기뻐했다.
뒷심 발휘한 골프여제
‘골프 여제’ 박인비(32)는 1언더파 단독 4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한국 선수 중 가장 좋은 성적이다. 그는 첫날 6오버파로 부진하며 공동 88위로 출발했다. 그러나 2~3라운드에서 7타를 줄이는 저력을 보여주며 이번 대회 언더파를 기록한 네 명 중 한 명으로 이름을 올렸다. 최종라운드에선 5언더파를 기록해 앨리 맥도널드와 함께 ‘데일리 베스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박인비는 “첫날 빼고 둘째 날부터는 전체적으로 좋았다”며 “마지막 날에 버디 맛을 많이 봐서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대회 캐디로 나선 남편 남기협 씨에 대해선 “힘든 컨디션에도 많은 도움을 줬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호주 동포 이민지(24)가 3언더파 3위, 최종일 2타를 줄인 전인지(26)가 2오버파 공동 7위에 올라 2개 대회 연속 ‘톱10’을 달성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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