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양도성예금증서(CD) 고시금리 산출방법을 실거래가 중심으로 개편하고 시장참여 증권사들의 책임을 강화하기로 했다. 호가(呼價) 방식의 현행 금리 산출방식 때문에 최근 금융시장에 혼란이 빚어지는 등 문제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유럽 금융당국이 규제를 강화한 탓에 현지 금융사들과 파생상품 거래를 하려면 국내 CD금리 고시 시스템을 체계화해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이자율스왑(IRS) 거래 6300조원 중 상당 부분이 CD를 준거금리로 활용했으며 시중은행 등의 소비자 대출에서도 CD 금리연동 대출 상품 규모가 180조원에 달한다.
◆증권사들 금리 보고 책임 강화
24일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경제중대본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CD금리 합리화 및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CD 고시금리는 주로 금융회사들 간 파생상품 거래 준거금리로 활용된다. 이달 들어 갑자기 CD 고시금리가 10bp(1bp= 0.01%) 이상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시장에 혼란이 빚어졌다. 금융사들의 실제 CD발행이 줄어 증권사들이 임의로 호가를 중심으로 금리를 보고하거나 과거 금리를 그대로 통보하기 때문에 시장에선 CD금리가 '일관성이 없고 널뛰기를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금융당국은 앞으로 고시금리 산출에 실거래가를 반영하면서 현재 모호하게 규정된 CD 금리의 수익률 보고 원칙을 보다 구체화하기로 했다. 1단계는 이전과 같이 91일물 CD 발행금리를 가중평균한 값을 구해 제출하는 것으로 이전과 같은 방식이다. 2단계는 지표물 발행이 없을 경우에 2개월~5개월물 발행 및 유통금리의 실거래가를 대신 반영해 91일물 만기에 맞춰 계산한 값을 활용하기로 했다.
2~5개월물 발행도 없을 경우엔 각 증권사들이 시장 거래를 토대로 한 전문가적 판단으로 금리를 산출해 제출해야 한다. 개정안은 증권사들이 개별 판단에 대한 내부통제장치를 마련하고 일관성 있는 산출 방법을 준수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금융당국은 3개월간 현행 고시금리 체계는 그대로 유지해 진행하되 내부적으로 유효성을 검증하는 방식으로 테스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테스트 과정에서 나온 금리는 외부로 공개되지 않을 방침이며 약 3개월 동안 운영할 계획이다.
◆유럽과 파생상품 거래 못할 위기
금융당국의 이번 조치는 유럽연합(EU)의 규제 강화와도 관련이 있다. EU는 과거 리보(Libor) 조작사건을 계기로 유럽증권감독기구(ESMA)가 공신력을 인정한 지표만 거래에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의 현행 CD금리 체계는 공신력을 인정받기 어려워 유예기간이 끝나면 유럽 금융기관과의 파생상품 거래가 중단될 위기다. 국내 CD금리가 지난달까지 시장금리에 비해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는 등 금리가 급등락하는 국면에서 시장변화를 적절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과의 IRS 거래 규모만 해도 국내 약 5000조~6000조원 시장의 30% 가량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한국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이 수 십조원 규모의 유럽 부동산을 샀는데 이들 자산의 배당 관련 원·유로화 환율을 고정하는데 대부분 스왑 거래를 활용했다.
◆CD 금리 제출 중소형사 콜시장 참여 허용
정부는 이 때문에 금융거래지표의 관리에 관한 법률을 만들어 오는 11월 27일 시행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CD금리 산정체계를 다듬는 한편, CD금리 지표로 사용되는 CD 지표물 발행이 늘어날 수 있도록 유인하기로 했다.
CD를 발행하는 시중은행들에게는 예대율 규제에서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현재 CD를 발행할 경우 예수금의 1%까지 가량을 추가로 인정해줘 건전성 관리에 유리하다. 지금은 지표물과 다른 CD를 모두 100% 인정해준다. 앞으로는 이를 지표물은 150%, 기타물은 50% 반영하도록 차등화하기로 했다. 은행들이 지표로 사용되는 CD를 많이 발행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CD의 수요처인 머니마켓펀드(MMF) 관련 규제도 완화하기로 했다. 자본시장법령의 '동일인 발행 채무증권 취득 한도'를 산정할 때 CD 지표물은 MMF 자산총액의 5%까지는 자산에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
CD 거래를 중개하는 증권사들에게도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CD 수익률 제출증권사들에게도 콜 참여를 허용하기로 했다. 하루 만기 자금을 주로 조달하는 단기 금융시장인 콜 시장에는 국채시장조성을 하는 초대형IB(투자은행) 등만 참여하고 있다. 앞으로는 CD 거래를 중개하는 중소형 증권사들도 콜 시장에 참여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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