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에서는 아르헨티나의 ‘메르카도리브레(Mercado libre)’가 브라질 최대 광산기업 ‘발레(Vale)’를 제쳤고 아세안에서는 싱가포르의 ‘씨(Sea)’가 인도네시아 최대 민영은행인 ‘뱅크 센트럴 아시아’를 눌렀다.
매출 대비 주가가 고평가되어있다는 우려도 제기되지만 증권업계는 이들이 시장 선점 효과를 앞세워 ‘포스트 아마존·알리바바’로 성장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발레는 세계 철광석의 20% 가량을 생산하며 세계 1위 광산기업 위치를 지켜온 기업이다. ‘브라질의 자존심’, ‘브라질의 삼성’으로 불렸다. 하지만 19일(현지시간) 메르카도리브레에 1위 자리를 빼앗겼다. 메르카도리브레는 24일 기준 시가총액이 603억달러(약 72조3035억원)로 중남미 기업 중 시가총액이 가장 많다. 1년 전만해도 290억달러 수준이었던 시가총액은 올들어 주가가 111.92% 상승하면서 시가총액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브라질 에너지기업 페트로브라스, 월마트 멕시코법인 월멕스, 멕시코 통신사 아메리카모빌도 메르카도리브레의 성장세에 순위에서 밀렸다.
씨는 올들어 273.97% 오르며 대형 금융주를 제치고 지난 6월말 아시아 증시 시가총액 1위에 올랐다. 시가총액은 734억달러(약 88조328억원)다. 씨에 1위 자리를 빼앗긴 센트럴 아시아 은행은 인도네시아의 최대 민영은행으로 동남아시아 대형은행 중 유일한 민영은행이기도 하다. 씨는 3월 중순만해도 뱅크 센트럴 아시아 시가총액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지금은 싱가포르의 DBS그룹 홀딩스, 인도네시아의 뱅크 락얏 인도네시아 등 금융주와 태국의 에너지기업 PTT 퍼블릭 컴퍼니까지 제친 상태다.
모바일 위주의 인터넷 보급이 지속되고 젊은층 인구 비율이 높은 환경도 플랫폼사의 성장에 우호적이란 평가다. 해당 지역 내 언어·문화적 기반을 두고 시장을 선점한 이들은 글로벌 플랫폼 대형주와의 경쟁에서도 이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들은 전자상거래뿐만 아니라 다른 사업부문으로도 발을 뻗으며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메르카도리브레는 전자상거래, 결제 플랫폼(메르카도 파고), 물류(메르카도 엔비오스), 영업자금 대출(메르카도 크레디토) 등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씨도 전자상거래(쇼피), 게임(가레나), 디지털 금융(씨머니) 등을 아우른다.
주가가 급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메르카도리브레와 씨의 주가매출액비율(PSR:기업의 매출 대비 주가수준)은 각각 14.2배, 11.4배로 아마존(4배), 알리바바(8배)에 비해 높다. 김성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매출만으로 주가에 거품이 있다고 판단하기엔 무리”라며 “고성장하는 시장을 독식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다는 점에서 투자 매력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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