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년 된 코카콜라는 단순한 음료를 넘어 미국 문화의 대명사로 통한다. 코카콜라는 세계 200여 개국에서 매일 20억 병 팔리는 세계인의 음료가 됐다. 하지만 코카콜라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피하진 못했다. 최근 25년 만에 가장 부진한 실적을 발표하자 ‘미국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실패로 가장 미국적인 기업인 코카콜라마저 흔들린다’는 말이 나왔다. 코카콜라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스포츠 경기와 술집, 패스트푸드점 등은 미국의 대표 문화다.
나쁜 실적에도 제임스 퀸시 최고경영자(CEO)는 오히려 “최악의 상황은 지났다”며 시장을 안심시켰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대대적 구조조정을 통해 회사를 일으키겠다는 계획이다. 퀸시의 진두지휘 아래 코카콜라가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그럼에도 회사 측은 일단 안심하는 분위기다. 퀸시 CEO는 “올 2분기는 가장 도전적인 시기였을 것”이라며 실적이 바닥을 찍었음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관련 봉쇄령이 완화하면서 5~6월은 판매 상황이 호전됐고, 아시아와 유럽 지역에선 상당히 좋은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그가 언급한 지역은 봉쇄조치를 풀고 경제 활동을 점진적으로 재개한 곳이다.
이와 함께 오드왈라 주스를 비롯해 실적이 좋지 않은 이른바 ‘좀비’ 제품 및 브랜드를 대거 퇴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코카콜라는 고급 냉장주스 및 스무디 시장을 겨냥해 2001년 오드왈라를 인수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다른 소비재 기업들처럼 코카콜라도 제품군을 간소화하는 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관측된다.퀸시는 “코카콜라가 보유한 400개 브랜드 중 절반 이상이 전체 매출의 2%에 불과하다”며 “더 강력하고 큰 소수 브랜드를 우선시하는 쪽으로 방침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코카콜라 위기설’은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브랜드 평가업체 인터브랜드가 매년 발표하는 ‘베스트 글로벌브랜드 100’에서 코카콜라는 2000년부터 13년 연속 1위를 지키다 2013년 애플에 1위 자리를 내준 뒤 지난해는 5위로 내려앉았다. 코카콜라의 브랜드 가치는 1위 기업인 애플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2000년대 들어 세계적으로 웰빙 열풍이 불었으나 코카콜라는 세상의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했다. 탄산음료는 비만과 당뇨의 주범으로 낙인 찍혔고 학교 등에선 퇴출 운동이 일었다. 당이 들어간 제품에 과세하는 설탕세는 유럽을 비롯해 미국과 남미 등으로 번졌다. 북미 매출은 반토막 났고 웰빙 바람이 유독 거셌던 유럽의 실적은 처참하게 악화됐다.
그러던 코카콜라에 구원투수로 등판한 사람이 퀸시다. 2017년 5월 CEO로 취임한 그는 근본적 변화를 주문했다. 퀸시는 “코카콜라 브랜드에 집착한 경영진들이 변화에 지나치게 신중해 사내 보신주의가 만연하다”며 “우리가 실수하지 않는다는 건 열심히 노력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그는 종합 음료기업을 지향하며 ‘뉴 코크 신드롬’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퀸시는 “수많은 아이디어를 통해 시장에서 혁신을 이루고, 효과 없는 것들은 빠르게 걸러내 코카콜라의 성장을 이룰 것”이라고 선언했다.
인력 감축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통해서는 연간 8억달러를 절감했다. 판매한 용기를 모두 수거해 2030년까지 재활용 100%를 달성하겠다는 ‘쓰레기 없는 세상’ 환경 캠페인도 시작했다.
영국 출신인 퀸시는 리버풀대학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한 뒤 매킨지에서 전략 컨설팅 업무를 맡았다. 1996년 코카콜라에 입사한 이후 남미사업부 사장, 멕시코사업부 부장, 북유럽사업부 사장, 최고운영책임자(COO) 등을 역임했다. 해외 사업부를 두루 거치며 글로벌 감각을 키우고 비(非)탄산음료 인수합병을 주도하는 등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전임 CEO였던 무타르 켄트는 퀸시에 대해 “업계 지식을 비롯해 소비자 트렌드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갖췄다”고 평가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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