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신으로 '퇴임의 변' 내놓은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

입력 2020-08-25 15:03   수정 2020-08-25 15:18

황각규 전 롯데지주 부회장(현 롯데지주 이사회 의장)이 서신으로 퇴임의 변을 내놨다. 8월13일 롯데그룹의 깜짝 인사와 관련해 각종 오해와 억측이 커지자 이례적으로 퇴임 배경을 설명했다. 서신은 황 부회장이 비즈니스 파트너와 일부 언론사 등에 보내졌다. 아래는 서신 전문.

안녕하십니까. 롯데지주 주식회사 황각규 부회장입니다. 이미 언론을 통하여 접하셨겠지만, 2020년 8월 31일부로 저는 롯데지주 주식회사 대표이사직을 내려놓기로 하였습니다. 당분간 (2021년 정기주주총회) 회사의 이사회 구성원으로서 이사회 의장직은 유지하게 됩니다.

그간 롯데그룹을 위하여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는 1979년 롯데케미칼의 전신인 호남석유화학 여천공장에 현장 엔지니어로 입사한 이후 1995년 본부 국제부 초대 국제부장으로 부임하여 24년 9개월간 신동빈 회장님과 롯데그룹의 성장의 역사를 같이 하였습니다.

1995년 당시 롯데그룹의 매출은 6조원 남짓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만, 현재는 70조원 이상으로 성장해 있습니다. 이런 성장의 역사에 제가 있을 수 있었던 것은 그간 그룹에 몸담았던 선후배님들과 그룹 외부에서 도와주신 여러분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1995년부터 롯데그룹의 국제실에서 근무하면서 그룹의 플랫폼이 되는 롯데닷컴, 롯데로지스틱스, 롯데정보통신을 설립하였습니다. 현재에도 그룹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회사들입니다.
2000년 초반부터는 2019년까지 총 80여건의 M&A를 실행하였으며, 이는 그룹 성장의 1/3을 차지하는 중요한 기여를 하였습니다.

그룹의 시너지를 위하여 CFD(Cross Function Division)를 국제실 내에 설치하여 통합구매업무를 통한 경쟁력 강화를 하였습니다. 또한 해외 글로벌 브랜드인 Uniqlo, Muji, Toysrus, Samantha Thavasa, ZARA를 한국에 성공적으로 런칭하였습니다.

2008년 후반에 그룹 비전을 Vision 2018. Asia Top 10 Global Group으로 하고 매출 200조원의 대담한 목표를 수립하여 강력한 성장 드라이브를 걸었습니다.

그룹의 숙원사업이던 롯데월드타워를 2010년부터 6년간 건설하여 2017년 4월 오픈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같은 해 10월 그룹의 성장에 걸맞는 거버넌스 체계 정비를 위하여 지주회사로의 전환을 완료하였습니다.

하지만 최근 후계구도 분쟁, 2017년 사드 문제, 2019년 한일 갈등, 2020년 Corona Virus에 의해 롯데그룹은 많은 영향을 받았고 받고 있습니다. 아울러 디지털 혁신에 따른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 요구 등으로 그룹은 지금 중요한 시점에 와 있습니다.

이러한 시점에서 저는 후진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드려야 한다고 판단하여,작년말 신동빈 회장께 2020년말 사임 의사를 표명하였으며, 작금의 경영환경 변화에 맞추어 퇴임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 후임으로 유통과 서비스 부문에 경험이 있고 현재 롯데하이마트의 CEO를 맡고 있던 이동우 사장이 부임하여 롯데지주 주식회사 대표이사를 맡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변함없는 지원과 지도편달을 당부 드립니다.

오랜 기간 감사했습니다. 그간 도와주신 고마운 마음을 잘 간직하겠습니다.

2020년 8월 25일
롯데지주 주식회사
대표이사 부회장
황각규 배상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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