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광산기업 발레는 ‘브라질의 삼성’으로 불렸다. 브라질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막강했다. 중남미 주식시장에서도 상당기간 시가총액 1위 자리를 지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발레를 중남미 시총 1위 자리에서 끌어내렸다. 그 자리는 아르헨티나 국적의 전자상거래 기업 메르카도리브레(Mercado libre)가 차지했다. 중남미에서도 새로운 주도주인 플랫폼 기업이 전통산업의 대표주자를 넘어선 셈이다.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싱가포르의 씨(Sea)가 최근 인도네시아 최대 민영은행인 뱅크센트럴아시아를 누르고 아세안 시총 1위에 올랐다. 온라인 쇼핑, 게임 관련 기업을 자회사로 둔 효과다. 코로나19가 세계 산업과 주식시장의 지형을 뒤흔들고 있는 단면이다.
메르카도리브레가 넘어선 발레는 세계 철광석의 20%가량을 생산하는 세계적 광산업체다. ‘브라질의 자존심’으로 불렸다. 하지만 지난 19일 메르카도리브레에 1위 자리를 내줬다. 메르카도리브레는 24일 기준 시총이 603억달러(약 72조3035억원)로 중남미 기업 중 시총이 가장 많다. 1년 전만 해도 290억달러 수준이던 시총은 올 들어 111.92% 늘었다. 코로나19로 온라인쇼핑이 늘어나자 투자자들이 ‘중남미의 아마존’으로 불리는 메르카도리브레 주식을 사들인 영향이다.
그동안 발레와 함께 상위권을 형성했던 브라질 에너지기업 페트로브라스, 월마트 멕시코법인 월멕스, 멕시코 통신사 아메리카모빌도 순위에서 밀렸다.
모바일 위주의 인터넷 보급이 지속되고 젊은 층 인구 비율이 높은 환경도 플랫폼사 성장에 우호적이란 평가다. 해당 지역 내 언어·문화적 기반을 두고 시장을 선점한 이들은 글로벌 플랫폼 대형주와의 경쟁에서도 이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들은 전자상거래뿐만 아니라 다른 사업부문으로도 발을 뻗으며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메르카도리브레는 전자상거래, 결제 플랫폼(메르카도파고), 물류(메르카도엔비오스), 영업자금 대출(메르카도크레디토)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씨도 전자상거래(쇼피), 게임(가레나), 디지털 금융(씨머니)까지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
주가가 급등하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메르카도리브레와 씨의 주가매출비율(PSR:기업의 매출 대비 주가수준)은 각각 14.2배, 11.4배로 아마존(4배), 알리바바(8배)보다 훨씬 높다. 김성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고성장하는 시장을 독식할 잠재력을 지녔다는 점에서 투자 매력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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