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8월13일자 본지 1면 ‘서울 아파트값 10억원 돌파’ 기사에 대해 ‘가짜 뉴스’라고 말했다.
해당 기사는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가 서울 전체 아파트 약 170만 가구를 전수조사해 발표한 통계를 기반으로 작성했다. 지난달 말 기준 서울 25개 자치구 아파트 평균 가격이 10억509만원으로 사상 처음 10억원을 돌파했다는 내용이다. 당시 한경 뿐만 아니라 국내 주요 신문과 방송들이 대부분 이 뉴스를 주요 꼭지로 다뤘다.
소 의원이 이 기사를 봤느냐고 묻자 김 장관은 “몇개 아파트를 모아서 10억원이 넘는 것을 가지고 서울 전체인 것처럼 해서 기사를 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소 의원은 “(이 기사는)단순히 기자가 취재했다기 보다는 뒤에 엄청난 세력이 있다고 본다”며 “허위 뉴스로 부동산 시장을 교란하는 세력을 잡아내야 한다”고 한술 더 떴다. 앞서 지난 14일 친여 성향의 한 라디오 방송에선 해당 보도에 대해 “집값이 비싼 일부 지역만 10억원이 넘었는데 (이를 과장한) ‘치사한 기사’”라고 공격했다.
그러나 ‘10억원이 넘지 않는 지역도 있기 때문에 평균 10억원이란 뉴스는 가짜’란 주장은 궤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서울에서 가장 비싼 강남구(20억1776만원)부터 9위를 기록한 양천구(10억1742만원)까지 10억원 초과 9개구만 따로 계산하면 평균 가격은 13억5300만원이 넘는다. 이외 중구(9억8629만원)와 영등포구(9억8177만원), 동작구(9억6777만원), 종로구(9억4544만원) 등 4개구도 평균 가격이 10억원에 근접했다.
물론 10억원 이하인 곳도 있다. 서대문구가 8억원대, 동대문·강서·성북구가 7억원대다. 이른바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 등은 평균 가격대가 4억~6억원 선이다.
하지만 노도강 등에서는 오래되고 평수가 적은 아파트가 많아서 평균값이 내려간 측면이 크다. 노원구에서도 5억원으로는 지어진 지 30년 넘은 방 두개짜리(전용 38㎡) 아파트밖에 살 수 없다. 대단지나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 등을 충족하는 웬만한 전용 84㎡ 아파트는 대부분 9억원을 돌파했다.
정부와 여당 말대로 아직 10억원을 넘지 않는 아파트가 적지 않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해명은 나날이 급등하는 집값이 걱정돼 주말마다 ‘패닉 바잉(공황구매)’을 하러 돌아다니는 3040세대에게 전혀 위로가 되지 않는다. 이들도 가능하면 교통이 편리하고 자녀 통학이 안전한 집에 거주하고 싶은 욕구가 있는데 외면하고 있는 건 아닌지 안타깝다.
시장의 수요가 반영돼 형성된 가격이 ‘특정 세력’에 의해 조작된 ‘가짜’라고 우기는 한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오기 힘들지 않을까. 정부 부동산 대책이 20번 넘게 나온 건 다 이유가 있다.
신연수 건설부동산부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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