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 덮친 이스타항공…"700명 감축은 기업 해체" 절규

입력 2020-08-26 14:11   수정 2020-08-26 14:13


제주항공의 인수 포기로 재매각을 추진 중인 이스타항공이 직원 700여 명을 정리해고하기로 했다.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는 26일 이에 대해 "기업을 해체하는 수준의 인력 감축안을 철회하고 고용 유지를 위해 최소한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는 이날 국회 앞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정의당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가 재매각 추진과 기업 회생을 위한 고통 분담에 공감해 자구노력으로 무급순환휴직을 통한 고용유지와 자격증 유지 방안을 제시했지만 경영진 측이 이마저 묵살하고 대량 인력 감축만을 고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이스타항공 경영진은 올해 상반기 항공기 9대를 반납한 데 이어 8대를 추가로 반납, 6대 만 운영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와 함께 현재 1136명인 인력을 700명 추가 감축, 400여명 수준으로 줄이기로 했다. 정리해고가 사측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올 3월 당시 인원 1600여 명의 4분의 1 수준의 인원만 회사에 남게 된다.

이스타항공은 700명 구조조정 명단을 오는 31일 발표할 예정이다. 사측이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후 9월 말 최종 정리해고 통보를 할 계획이라고 노조는 전했다.

노조는 "오너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경영진이 7개월째 체불된 임금 해결에 대해서는 전혀 대책을 내놓지 않고 노조의 고용유지지원금 신청 요구에 대해서도 얼마 안 되는 비용 부담을 이유로 묵살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조는 "정부도 오너와 경영진에게만 맡기지 말고 적극적으로 지휘감독권을 행사하고 지원에 나서 달라"고 요청했다.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의 인수·합병(M&A) 계약 해제 통보 후 재매각 추진을 위해 지난 18일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과 법무법인 율촌, 흥국증권을 매각 주간사로 선정한 상태다. 다음달 법정관리 신청을 목표로 재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스타항공의 구조조정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후 '고난의 행군' 중인 항공업계의 첫 번째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 사례다. 코로나19로 유동성이 마른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와 국내 항공업계의 실업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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