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서울 아파트 평균 10억'이 가짜뉴스라니

입력 2020-08-26 17:26   수정 2020-08-27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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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8월 13일자 본지 A1면 ‘서울 아파트값 10억원 돌파’ 기사에 대해 ‘가짜뉴스’라고 말했다.

해당 기사는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가 서울 전체 아파트 약 170만 가구를 전수조사해 발표한 통계를 기반으로 작성했다. 지난달 말 기준 서울 25개 자치구 아파트 평균 가격이 10억509만원으로 사상 처음 10억원을 넘었다는 내용이다.

소 의원이 이 기사를 봤냐고 묻자 김 장관은 “몇 개 아파트를 모아서 10억원이 넘는 것을 가지고 서울 전체인 것처럼 기사를 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소 의원은 “(이 기사는) 단순히 기자가 취재했다기보다는 뒤에 엄청난 세력이 있다고 본다”며 “허위 뉴스로 부동산시장을 교란하는 세력을 잡아내야 한다”고 했다. 앞서 지난 14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도 해당 보도에 대해 “집값이 비싼 일부 지역만 10억원이 넘었는데 (이를 과장한) ‘치사한 기사’”라고 말했다.

그러나 ‘10억원이 넘지 않는 지역도 있기 때문에 평균 10억원이라는 뉴스는 가짜’란 주장은 궤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서울에서 가장 비싼 강남구(20억1776만원)부터 9위를 기록한 양천구(10억1742만원)까지 10억원 초과 9개 구만 따로 계산하면 평균 가격은 13억5300만원이 넘는다. 중구(9억8629만원)와 영등포구(9억8177만원), 동작구(9억6777만원), 종로구(9억4544만원) 등 4개 구도 10억원에 근접했다.

물론 서대문구는 8억원대, 동대문·강서·성북구는 7억원대다. 이른바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 등은 4억~6억원 선이다. 하지만 노도강 등에는 오래되고 작은 주택형이 많아 평균값이 내려간 측면이 크다. 노원구에서도 5억원으로는 지어진 지 20년 넘은 방 두 개짜리(전용 38㎡) 아파트밖에 살 수 없다. 대단지나 역세권 등을 충족하는 웬만한 전용 84㎡ 아파트는 대부분 9억원을 넘었다.

정부와 여당 말대로 아직 10억원을 넘지 않는 아파트가 적지 않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사실이 나날이 급등하는 집값이 걱정돼 주말마다 ‘패닉 바잉(공황구매)’을 하러 돌아다니는 3040세대에게 위로가 될 수는 없다. 이들도 가능하면 교통이 편리하고 자녀 통학이 안전한 집에 살고 싶어 한다. 이런 아파트들이 이제 10억원이 됐다는 게 지난 13일 기사의 요지다. 시장 수요가 반영된 가격이 ‘특정 세력’에 의해 조작된 가짜라고 우기는데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올 수 있을까.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정책 수립의 가장 기초가 돼야 할 통계부터 제대로 봐야 한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20번 넘게 발표된 건 다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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