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금융위원장(사진)은 27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증권업계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나 “청약증거금을 많이 내는 사람이 많은 물량을 배정받는 현행 개인투자자 배정 방식은 고액 자산가일수록 유리해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금은 공모 물량 중 80%는 우리사주조합(20%)과 기관(60%)에 배정한다. 개인은 전체 공모주의 20%를 놓고 경쟁을 벌이는 구조다. 공모주 배정은 일반적으로 청약증거금을 많이 낸 투자자가 많은 물량을 배정받을 수 있게 돼 있다.
올 들어 공모주 시장은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상장한 SK바이오팜이 대표적이다. SK바이오팜은 9593억원 공모에 청약증거금만 31조원(경쟁률 323 대 1)이 몰렸다. 증거금 1억원을 내야 겨우 13주(공모가 기준 63만원어치)를 받았다. 공모주에 자금이 몰린 이유는 상장 첫날 시초가가 대부분 공모가 이상으로 형성돼 즉시 수익을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에 형성된 뒤 상한가를 치는 속칭 ‘따상’도 빈번하게 나타났다. 하지만 공모주 배정이 ‘머니게임’으로 흐르면서 “실탄(현금)이 부족한 투자자는 수익을 낼 기회가 적다”는 지적이 나왔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금융위의 개선 방안이 자칫 공모주 제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수익이 기대되는 곳에 돈이 몰리는 건 당연하다”며 “과거처럼 모든 국민에게 주식을 골고루 나눠주는 ‘국민주’로 돌아가는 것은 시장 논리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 은 위원장은 증권업계의 신용융자에 대한 문제도 지적했다. 개인에게 주식 매수 대금을 빌려주면서 ‘고금리 장사’를 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그는 “한국은행이 올해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동안 신용융자 금리를 전혀 변동시키지 않은 증권사들이 있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하로 자금 조달금리가 크게 낮아졌음에도 증권사 신용융자 금리가 여전히 연 8~9%에 달하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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