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코로나 쇼크, 성장률 추락…'규제혁파' 외 대안 없다

입력 2020-08-27 17:51   수정 2020-08-28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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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한국은행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3%까지 끌어내렸다. 지난 5월 -0.2%에서 1.1%포인트나 하향 조정한 것이다. 앞서 무디스(-0.8%) 현대경제연구원(-0.5%) 등이 잇달아 올해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지만, 한은은 훨씬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그만큼 지금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얘기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수출 감소폭이 다소 줄었으나 민간소비 개선 흐름이 약화된 가운데 설비투자 회복도 제약되고 건설투자는 조정세가 이어졌다”고 최근 경기를 진단했다. 수출 충격이 다소 완화되고 있지만 코로나 2차 쇼크로 소비 투자 등 내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가장 공신력이 있다는 한은이 성장률을 대폭 낮춤에 따라 불과 2주 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중 올해 성장률 1위로 예상됐다”며 자화자찬하던 정부도 무색하게 됐다. 기대했던 하반기 ‘V자 반등’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한은은 코로나 재확산세가 누그러들지 않을 경우 올해 성장률이 -2%대까지 추락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 같은 전망이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신규 확진자가 어제 400명대로 급증하자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3단계로 격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3단계가 시행되면 경제는 사실상 셧다운된다. 가뜩이나 부진의 늪에 빠진 내수는 거의 궤멸상태에 이를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 정부는 유리한 통계만 찾아 홍보하는 데 열중할 게 아니라 냉철하게 현실부터 직시해야 한다. 우리 경제는 코로나 이전부터 이미 빈사상태였다. 호황을 누리다 코로나로 경제가 급락한 여타 선진국들과는 사정이 다르다. OECD가 한국의 추가적 성장 여력이 부족하다며 내년 성장률을 37개국 중 34위로 꼽은 것도 그래서다.

한은의 분석은 ‘한국판 뉴딜’이나 긴급재난지원금으로는 경제를 살릴 수 없다는 점을 재확인시켜 줬다. 코로나 쇼크에서 그나마 경제를 소생시킬 방안은 기업을 뛰게 하는 것뿐이다. 그래야 투자가 늘고 일자리도 생긴다. 그 첩경은 기업 발목을 잡고 있는 규제부터 푸는 것이다. 노동생산성이 OECD 평균에 한참 못 미치는 것도 지나친 노동 규제 탓이다.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환경·입지 규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21대 총선으로 거대 여당이 탄생한 후 ‘규제혁파’는 쏙 들어가고 기업을 때리는 소위 ‘공정경제’ 소리만 요란하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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