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7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3%로 낮춘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경기하강 속도가 한층 빨라졌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을 종전 -1.4%에서 -3.9%로 대폭 낮춰 잡았다. 1998년(-11.9%) 후 최저치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가계가 바깥 활동을 자제하는 흐름을 반영한 것이다.
한은은 올해 상품수출 증가율도 -2.1%에서 -4.5%로 낮췄다. 수출 주력제품인 반도체 경기의 회복세가 더뎌지고 있기 때문이다. ‘취업난’도 가중될 것으로 봤다. 지난 5월 전망에서는 올해 취업자 수가 3만 명 늘어날 것으로 봤지만 이번에는 13만 명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설비투자 증가율은 1.5%에서 2.6%로 높였다. 반도체 설비투자를 늘릴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됐다. 건설투자도 -2.2%에서 -0.7%로 다소 나아질 것으로 봤다. 최근 농·수산물 가격이 뛰는 여파를 반영해 물가상승률은 0.3%에서 0.4%로 상향 조정했다.
한은의 이번 성장률 전망은 코로나19 재확산세가 9월 말에는 그칠 것이라는 ‘기본 시나리오’에 따른 것이다. 만일 연말까지 지속되는 ‘비관적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올 성장률은 -2.2%로 하락할 것으로 한은은 예상했다.
한은은 기본 시나리오에서든 비관적 시나리오에서든 모두 사회적 거리두기는 2단계가 유지될 것이란 전제로 전망치를 산출했다. 거리두기가 3단계로 격상되면 올해 성장률은 한은 전망치보다 더 나빠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KB증권은 “거리두기가 3단계로 격상되면 올 성장률을 추가로 0.2~0.8%포인트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기를 보는 시각이 어두워졌지만 한은은 이날 기준금리(현 연 0.5%)는 내리지 않았다. 기존에 실시한 기준금리 인하 등 ‘완화적 통화정책’ 효과를 당분간 더 지켜보자는 판단에서다. 과열양상을 보이는 자산시장을 자극하지 않기 위한 포석도 있다.
시장에선 한은이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장기간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 많다. 김상훈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실물경제 위축을 고려해 내년 상반기까지 기준금리를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은이 국채 매입을 비롯한 양적완화 카드를 꺼내들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장기 금리의 변동폭이 커질 경우 국채 매입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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