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 구로구의 아파트 환기구에서 채취한 검체 14건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다. 앞서 바이러스 전파 경로로 환기구가 의심됐으나 이번 결과로 해당 추측은 설득력을 잃게 됐다.
구로구는 최근 집단감염이 발생한 관내 아파트의 확진자가 나온 가구 5곳의 환기구에서 검체 14건을 채취해 전문 기관에 검사를 의뢰한 결과 모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27일 밝혔다.
또 전날까지 확진된 5가구 8명이 거주하는 아파트 라인이 아닌, 그 바로 옆 라인에 사는 2가구 2명이 이날 추가로 확진됐다. 추가로 확진된 주민 2명(구로구 136·137번)은 서로 다른 층에 살고 있다.
전날까지 확진된 5가구의 경우에는 아래쪽에 3개 가구가 위아래층으로 붙어있고 중간에 3개층을 사이에 두고 다시 2개 가구가 위아래로 붙어 있다.
이에 구로구는 같은 라인에 서로 인접한 층에서 확진자가 나온 점을 특이점으로 보고 환기구를 통한 감염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날 새로 확진된 2명이 각각 사는 집은 저층과 고층으로 서로 많이 떨어져 있다고 구는 설명했다.
게다가 새로 확진자가 나온 라인이 기존 확진자 가구의 바로 옆인 점으로 미뤄 같은 엘리베이터 이용을 통한 감염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조사 중이다.
이 아파트는 'ㄷ'자 구조의 복도식 아파트로 한 층에 21세대가 거주하고 있다. 층마다 2개씩 있는 엘리베이터는 'ㄷ'자의 꺾이는 모서리 지점에 위치해 있다.
확진자들이 거주하는 두 개 라인은 'ㄷ'자의 한쪽 부분에 치우쳐 있어 같은 엘리베이터를 이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구에 따르면 이 아파트의 주민 수(268세대 500여명)에 비해 엘리베이터 수가 적어 엘리베이터 내 밀집도가 높은 편이다.
해당 아파트의 경우 환기구가 있는 욕실 옆벽 내에 에어덕트가 관통하고 있어 환기구 팬을 틀면 가구 내 공기가 이 관으로 빠져나가는 구조로 돼 있다. 환기구 팬을 작동시키지 않으면 다른 가구에서 내보낸 공기가 에어덕트를 통해 거꾸로 들어올 수 있다는 게 구로구의 설명이다.
구로구 관계자는 "어제까지 확진자가 나온 가구가 같은 라인이다 보니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환기구 전파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라며 "방대본 분석이나 환기구 검체 검사 결과를 보면 다른 전파 가능성을 더 면밀히 조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구로구는 이날까지 검사를 받은 이 아파트 주민 중 확진된 7가구 10명을 제외한 183명은 음성으로 나왔다고 전했다.
서울시는 이 아파트와 관련된 코로나19 확진자가 27일 오후 6시까지 4명 더 파악돼 누계가 32명이 됐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이 아파트 주민이 다니는 금천구 육가공 공장을 통해 전파된 파생 사례도 포함돼 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