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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Fed)이 물가상승률이 관리 목표인 2%를 넘더라도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경제가 위기인 만큼 현재의 제로금리를 상당 기간 유지하겠다는 의미다. Fed가 물가 정책의 틀을 바꾼 것은 30여 년 만에 처음이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27일(현지시간) 화상으로 개최한 잭슨홀 미팅에서 “지나치게 낮은 물가가 지속될 경우 경제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장기간에 걸친 평균 2% 물가상승률을 새로운 목표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평균물가목표제(AIT) 도입을 공식화한 것이다. 물가상승률이 관리 목표를 일시 초과해도 평균치에 부합하면 용인하겠다는 것으로, 향후 수년간 초저금리 정책이 바뀔 가능성은 희박해졌다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또 물가 안정보다 완전 고용 목표에 방점을 찍은 조치로 해석됐다. 미국 실업률은 코로나 사태 이전만 해도 3.5%로 완전 고용 수준에 근접했으나 지금은 10%대로 뛴 상태다.
이번 정책 변화는 Fed 위원 17명의 만장일치로 이뤄졌다는 게 파월의 설명이다. 파월은 “강력한 고용시장이 물가 상승을 초래하지 않고도 상당 기간 유지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앞서 Fed는 지난 3월 연 1.50~1.75%이던 기준금리를 현재의 제로 수준으로 낮췄다.
잭슨홀 미팅서 '평균물가목표제' 도입 발표
파월 의장은 “탄탄한 고용시장이 인플레이션을 발생시키지 않을 것이란 우리 견해를 반영하는 조치”라고 강조했다. 고용시장이 점차 회복하고 있어 이런 정책 변화를 자신있게 도입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 노동부가 이날 공개한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100만 건으로, 전주 대비 9만8000건 감소했다.
파월 의장이 참석한 잭슨홀 미팅은 1981년 와이오밍주의 산악 휴양지 잭슨홀시에서 시작된 주요 중앙은행장들의 연례 행사다. 올해 주제는 ‘향후 10년의 길을 찾다: 통화정책에 대한 영향’이다.
댄 나일스 알파원캐피털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Fed가 저금리 기조 속에서 물가 상승을 용인할 것이란 메시지는 글로벌 증시에 매우 긍정적인 소식”이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의 이런 발언은 이제까지의 통화완화(비둘기파) 정책을 재확인할 것이란 시장 기대에 정확히 부합한다. 앞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인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연방은행 총재는 CNBC에 출연해 “Fed가 물가 과열을 용인하는 걸 지지하지 않는다”고 발언, 시장에 혼선을 주기도 했다.
Fed가 물가 상승을 용인하는 발언을 내놓자 향후 금값이 더 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금이 인플레이션을 회피할 수 있는 대표적인 자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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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증시 상승을 견인한 건 코로나 시대를 맞아 디지털 전환의 최대 수혜를 받고 있는 대형 정보기술(IT)주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테슬라 등은 저점(2월)이 아니라 연초와 비교해도 예외없이 40% 넘게 급등했다.
다만 각 종목 사이에서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여전했다. 전체의 3분의 1 정도만이 올해 평균 지수상승률(3.1%)을 웃돌았다. 절반 가까운 종목의 주가는 연초 대비 10% 넘게 떨어져 있는 상태다. S&P500 및 나스닥지수에서도 이런 극단적인 쏠림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증시 거품론을 둘러싼 논쟁도 격화하고 있다. 프랭클린템플턴의 그랜트 보워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최악의 시기는 지났다”며 “이제 내년, 그리고 후년의 기업들 실적을 따져볼 때”라고 했다. JP모건도 “최근 증시 상승은 강력한 실적이 뒷받침하고 있다”며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투자회사 오메가 어드바이저스의 리언 쿠퍼맨 회장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Fed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투기적 거품을 만들었다”며 “급증하는 미국 부채가 결국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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