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기독교 지도자들의 간담회가 있었습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으로 교회의 협력이 절실한 만큼 만남 자체에 관심이 컸습니다. 이 자리에서 대통령과 교회 지도자가 '충돌'한 것으로 비춰지자 양측은 선긋기에 나섰습니다.
28일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교회 지도자들이 대면예배의 필요성을 말한 것은 할만한 얘기였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교회의 뜻을 충분이 이해했다는 메시지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기독교계 일각의 일탈 행동에 대해 강경 메시지를 내는 것은 사랑제일교회를 비롯한 일부 교회만을 염두에 둔 발언이지, 기독교 전체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전날 간담회에 참석했던 소강석 전국 17개 광역시·도기독교연합회 상임고문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대통령이 기독교가 대한민국 발전에 지대한 역할을 했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방역 관련 '대립'에 언론의 관심이 쏠려 제대로 부각되지 못해 아쉽다고 했습니다. 소 고문은 "현장에 참석했던 사람으로서 일부 언론이 한 쪽만 보도함으로써 마치 싸움을 붙이는 듯한 인상을 느꼈다"고 지적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간담회 모두말씀에서 기독교가 한국 역사에 기여한 부분을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구한말 근대교육과 의료를 도입해 개화를 이끌었고, 일제 식민지 시대에는 실력양성운동과 독립운동에서 역할을 했다고 치하했습니다. 해방후에는 근대화와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고, 가난한 나라를 대신해 민간 분야 복지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다는 점도 부각시켰습니다. 문 대통령은 "기독교는 우리나라가 온갖 어려움을 겪으면서 발전해오는 과정에서 아주 지대한 역할을 해 줬다"고 평가했다.
최근 국난극복 과정에서 기독교의 협조에도 감사 인사를 전했습니다. 수해복구를 위해 많은 교인들이 봉사활동과 성금을 모아줬고, 코로나19 방역에도 협력해줬다고 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쉽지 않은 일인데도 이렇게 적극적으로 협력을 이끌어 주신 교회 지도자님들께 깊이 감사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습니다.
교회 지도자들도 사랑제일교회 관련 코로나19 확산에 문제의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교회지도자들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관련 교회가 확진의 중심에 있는 것에 대해 사과하고 방역 방해 행위 및 가짜뉴스에 엄정한 대응을 권유했다"며 "'일부 교회가 방역에 부담이 되고 있어 통탄한 마음', '한국 교회가 전광훈 현상의 모판이란 비평을 받아들인다', '교회가 코로나 확산의 중심이 되어 송구하고 시민들의 낙심에 송구하다'는 등의 발언이 있었다"고 소개했습니다.
언론에서 전날 회동을 '대립'으로 다루는 데 청와대와 기독교계 모두 당혹스러워하는 모습입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대면 예배를 포기할 수 없다' 는 등 일부 발언만 부각되면서 기독계가 여론의 질타를 받는 데 대해 상당히 부담스러워한다는 전언입니다. 회동 다음날 별도로 참석 지도자들에게 '말씀 잘 들었다'는 메지시를 전한 것도 이런 고민을 반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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