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추진됐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문재인 케어)이 가파른 건보료 인상에 대한 가입자 반발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침체 등으로 일정 정도 제동이 걸리는 모습이다.
28일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당초 올해 하순 도입하기로 했던 척추 MRI에 대한 건보 적용을 내년으로 미룰 계획”이라며 “역시 올 하반기 시행 과제였던 흉부·심장 초음파 건보 적용도 내년부터 시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연기 이유에 대해 “급여화 방법과 범위 등을 놓고 의료계 내 이견이 많아 조율에 시간이 걸린다”며 “건보 재정이 악화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케어’에는 막대한 돈이 필요하다. 2019~2023년 5년간만 41조5842억원이 든다. 이런 재정 소요를 충당하려면 건보료율을 일정 수준 이상 올려야 한다. 이 때문에 정부는 작년 ‘제1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에서 건보료율을 2019~2022년 연 3.49%씩, 2023년엔 3.2%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작년 건보료는 3.49% 올라 목표치를 맞췄다. 하지만 작년부터 이상 조짐이 생겼다. 노동계와 경영계 등 가입자단체가 “우리는 매년 3% 중반의 높은 건보료 인상에 동의한 적 없다”며 정부 계획에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결국 올해 건보료 인상률은 3.2%에 그쳤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까지 터져 내년도 건보료의 급격한 인상에 대한 기업과 가계의 반발이 더욱 커졌다. 그 결과 지난 27일 열린 제15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내년 건보료 인상률은 2.89%로 정해졌다. 2년 연속 건보료 인상률이 목표치를 밑돌면서 보험료 수입은 예상보다 5000억원 이상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안 그래도 불안한 건보 재정에 악재가 될 전망이다. 2018년 건보 재정은 8년 만에 적자(1778억원)를 기록했다. 작년엔 적자폭이 2조8243억원으로 치솟았다. 정부가 척추 MRI 등의 건보 적용 일정을 미룰 수밖에 없게 된 이유다. 척추 MRI 건보 적용만으로도 재정 지출 소요는 연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2년간 건보료 결정의 메시지는 가계와 기업이 정부가 밀어붙이는 높은 건보료 인상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애초에 모든 의료서비스에 건보를 적용한다는 계획 자체가 무리였던 것만큼 문재인 케어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민준/최종석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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