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다음달 3일 취임 100일을 맞는다. 김 위원장에 대해, 100일여간 정책이슈를 선점하면서도 당을 중도화하는 등의 ‘김종인표’ 혁신이 지지율 등에서 상당부분 성과를 거뒀다는 당내외 평가가 나온다.
4.15 총선 대패 직후 당을 맡은 김 위원장의 취임 일성은 ‘진취적인 정당으로의 변화’였다. 김 위원장은 총선 패배 원인 중 하나로 꼽혔던 강경 장외투쟁 대신 장내정책투쟁을 선택하고, 장외 집회를 주도했던 극우 세력과 거리를 두는 등 중도행보를 이어왔다. 또 광주를 찾아 무릎을 꿇고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는 등 친호남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제시하는 어젠다 역시 기존 보수 진영의 그것과는 달랐다는 평가다. 경제민주화, 사회양극화 해소, 친노동 정당, 양성평등, 환경보호 등 상대적으로 진보 진영의 것이라 여겨졌던 어젠다들을 적극적으로 내세웠다. 김 위원장은 이러한 어젠다를 통합당의 새 정강정책에까지 전면적으로 배치시키면서 중도로의 외연확장시도를 이어갔다
야당으로서 견제역할을 넘어 정책이슈를 주도하려는 시도도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는 분석이다. 특히 김 위원장으로부터 시작된 기본소득 논쟁은 정책이슈를 여당이 아닌 야당이 선점하고 논의를 주도한 이례적인 사례였다는 평가다.
김 위원장 주도의 개혁에 대해 당내 반발도 적지 않았지만 지지율 등에서 성과를 거두며 여전히 동력을 잃지 않고있다. 최근 지지율이 주춤하는 양상을 보이지만 한때 여당을 추월하며 창당 후 최고치를 기록할 만큼 단기간 안에 지지율을 끌어올린점에 대해 당내 호의적인 평가가 많다.
다만 풀어야할 과제는 여전하다. 취임 당시 지적됐던 보수진영의 고질적인 인물난은 아직도 통합당의 발목을 잡고있다. 여당과의 비슷한 지지율로 ‘해볼만한 판’을 만들었다는 평가지만, 차기 서울시장과 대선 등에 내세울 대표 선수는 여전히 없다. 김 위원장은 대선후보로서 ‘40대 경제전문가’ 등의 모델을 제시하기도 했지만 두드러지는 인물을 발굴해내진 못했다.
김 위원장과 이낙연 신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인연도 주목받고 있다. 40년전 민정당 국회의원과 동아일보 기자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17대 국회에서는 김 위원장이 당 부대표로, 이 대표가 민주당 원내대표로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올해 3월에는 김 위원장이 통합당 선거대책위원장으로 거론될 당시 이 대표가 이를 만류하기도 하는 등 인연을 이어왔다. 두 사람의 친분을 고려할때, 정치권의 대표적 ‘악연’이라고 꼽혔던 김 위원장과 이해찬 전 대표의 관계와는 다르게 소통이 더 잦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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